(고뉴스=종합뉴스팀 기자) 의처증… 자격지심… 결국 아내 ‘살해’
의처증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살인극’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억눌렸던 자격지심이 한순간에 표출된 것이라 봐야 할까.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온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모텔로 유인,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서울 시흥에 사는 이모(39·무직)씨가 그 장본인.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앙심을 품고 이 같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남자 킬러’였을 정도로 밥 먹듯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고 주장한데 이어, “두 딸에게 미안할 뿐, 아내에겐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며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이씨. 대체 이들 부부에게 어떤 곡절이 있었기에, 이씨는 ‘살해’라는 끔찍한 범행을 자행하게 된 것일까.
사건을 담당한 영등포 경찰서에 따르면, 이씨와 그의 아내는 슬하에 어린 딸 2명을 둔 10년 차 부부였다. 이들은 주변에 그저 평범한 부부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평소 의처증이 심한 이씨는 자신을 대신해 ‘바깥일’을 하는 그의 아내에 대해 항상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씨의 아내의 직업은 공구상가 경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아내가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품게 된다.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하러 헬스클럽에 나가 몸매를 관리하고, 수영복 입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아내의 ‘수상한’ 행동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아내는 ‘대담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자들과 만남을 가지는 것은 물론, 공공연하게 여러 남자와 외도를 했다고 이씨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말하기도 한 것.
이렇게 아내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가면서 결국 이씨는 아내를 집요하게 추궁,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결혼 전부터 바람기가 다분해 주위에 남자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내의 입에서 직접 ‘다른 남자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이 밀려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이를 갈기 시작한 이씨는 바람 핀 아내에 대한 ‘죄의 대가’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응징’이었다.
모텔로 유인해 살해
지난 3일 오후께. 이씨는 아내에게 ‘바람 쐬러 가자’며 드라이브를 권했다. 아내는 자신의 불륜행각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하고 못 이기는 척 따라 나갔다.
두 사람은 오후 6시 30분께 영등포에 있는 한 모텔로 향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와인 3병을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서 약간의 말다툼이 오가기도 했으며, 고성도 오갔다. 하지만 폭력이 행사되진 않았다.
5시간 뒤, 아내는 만취해 잠이 들었다. 날이 밝자, 이들은 인근 모텔로 옮겨 하루를 더 묵었다. 이때까지도 아내는 술이 덜 깨 잠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
순간 이씨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들을 생각하면 아내를 살해하는 것이 암담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내의 ‘도 넘은’ 행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씨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이씨는 자고 있는 아내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하기에 이른다.
아내 살해 ‘후회 안 해’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1시간 뒤 자수했다. 당시 이씨는 얼굴이 다소 허옇게 질려 있긴 했으나, 비교적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씨는 “아내를 살해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미안하지도 않다”고 말해, 경찰의 혀를 차게 하기도 했다.
이어 이씨는 “다만 딸들에게 죽도록 미안하다. 아내를 숨지게 한 뒤, 나도 자살하려고 했으나 겁이 나서 그러지 못했다”며 “죽고 싶다. 차라리 사형시켜 달라”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깨진 독’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볼 때 이씨의 의처증 증세가 다분해 보이나, 본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아내가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등) 가장노릇을 하는 것에 대해 평소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이씨는 ‘자신은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지만, 아내는 밖에서 여러 남자들과 자고 다녔다’며 아내의 행실에 대해 분개했다”며 “하지만 망자는 말이 없어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씨는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4일 구속됐다.
한편, 이씨의 딸(7살, 10살) 2명은 모두 이씨의 처가에서 지내고 있으며,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은 지금 ‘불륜 신드롬’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시청률 20%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가 치솟고 있다. ‘나쁜여자 착한여자’ 역시 10% 후반의 비교적 안정된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요즘 사무실에서도 ‘앞집 여자’와 ‘나쁜여자 착한여자’를 빼면 대화의 주제가 없을 정도”라며 “거의 불륜 신드롬 수준”이라고 말했다.
불륜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처럼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 등이 불륜을 너무 가볍게 다루거나 오히려 미화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내용이 단순한 대리만족 차원을 넘어 오히려 불륜을 조장하고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바람 권하는 사회’라는 이야기다.
최근 인터넷에는 ‘불륜모임’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유부남, 유부녀 모임’ 등 불륜을 조장하는 카페 수십여 개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륜을 당연시하는 ‘불륜불감증’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
서울대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공영방송의 불륜 드라마 속에 수많은 모텔이 등장하고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등, 사람들로 하여금 불륜에 대한 죄의식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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