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사실 전혀 몰라, 전문가에 심리상담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기억상실증에 걸려 과거를 모두 잊은 고교생이 예전에 정상인으로 범행했을 때 현장에 남겨진 지문 때문에 2년 만에 절도 행각이 들통났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고교생 유모(17)군은 2년 전인 2008년 4월 말 서울 성동구의 주택가에서 혼자 놀던 꼬마에게 다가가 "햄스터를 사줄테니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꼬드겼다.
마침 부모에게 햄스터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던 꼬마는 유군에게 햄스터와 햄스터 집을 선물받고 비밀번호를 순순히 불러줬다.
꼬마가 집 밖에서 햄스터와 노는 사이 유군은 문을 따고 들어가 현금과 귀금속 등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절도 신고를 받은 경찰은 꼬마가 갖고 있던 햄스터 집에서 지문을 채취해 인근에서 도둑질을 한 전과자들의 수사기록과 대조했지만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해 사건을 미제로 남겨뒀다.
가출해 혼자서 지내던 유군은 같은해 9월에도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혀 지문을 찍었지만 다행히 이전 범행은 들키지 않았다.
게다가 그해 10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예전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는 바람에 절도사건은 `완전범죄'로 남는 듯 했다.
이름도, 집 주소도 모른 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유군은 최면치료까지 받은 끝에 다니던 학교 이름을 겨우 기억해내고 부모를 찾았다.
그러나 과거를 모두 잊고 학교에도 열심히 다니던 유군의 집에 지난 2일 오후 갑자기 경찰관들이 찾아왔다.
관내 장기 미제사건을 다시 수사하던 성동경찰서가 햄스터 집에 남겨진 지문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로 보내 대조를 의뢰한 결과 2008년 9월 절도를 저지른 유군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
유군은 경찰에서 "기억이 안 나지만 증거가 있다니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가 없는데 왜 훔쳤는지 모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군은 절도를 저지른 일뿐 아니라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도록 하고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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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안난다고 자신이 저지른 죄가 없어지진 않습니다.
살인이 아녀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죄값은 받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