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공병 Sapper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고 가끔 게시물 올리기도 하는데 아래의 65216 게시물과 관련하여 글을 씁니다.

전투공병 Sapper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댓글을 달기보다는 내용을 나름 정리해보았습니다.

출처는 위키, 구글, 여기저기서 보고들은 내용들을 정리하여 말씀드립니다.

공병(工兵) 병과 자체의 개념은 영어로 Military Engineering이며, 시설공병은 엔지니어(Engineer), 전투공병은 파이오니어(Pioneer), 컴뱃 엔지니어 혹은 새퍼(Combat Engineer / Sapper)라고 합니다.

<위의 어르신이 나폴레옹의 군대 Grand Armee의 pioneer>

<2차 대전 당시의 공병 모병 포스터>

국제적으로는 '전투공병' 과 '시설공병'으로 나뉘어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미 육군의 경우 시설공병이 거의 다 사라지고, 미 육군 장병들을 위한 주둔지와 시설 건설은 민간업체에 하청을 주는게 일반화되었습니다. 다만 최일선의 위험 지역은 민간업체가 안 들어오려 하므로, 어느 정도 자체 건설역량을 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육군 공병들보다 위험한 해병대 교전 지역에서 작전하던 미합중국 해군 공병들은 웬만한 민간 건설업자들 이상의 실력과 장비 보유량을 자랑합니다. (해군 공병은 Seabees라 부릅니다. Can Do!)

<아프가니스탄에서 기지 공사를 진행 중인 영국 육군 공병대>

전투공병은 '공병'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정예 전투 병력입니다. 고대부터 공성전에서 땅굴을 파는 병사들이 있었고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에도 Sapper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옵니다. 이후 수많은 전투에서 활약하며 특히 나폴레옹 시대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에서도 큰 전과를 세웠습니다. 공병의 흔한 구호인 "시작과 끝은 우리가! (FILO-First In, Last Out)"를 몸소 실천했지요.

<1810년 프랑스 황실 근위대 전투 공병>

<워털루 전쟁 당시 격전지 우구몽 샤또의 문을 닫는 영국군 수비대의 모습. 앞에 쓰러진 프랑스 병사 손에 도끼가 쥐어져 있습니다.>

<프랑스의 각 대대마다 4명 정도씩 배치되었다고 하는 sapeur, 즉 전투 공병입니다.>

<우구몽의 문짝을 도끼로 열어젖히고 그대로 뛰어들어와 영국군들을 도끼로 절단냅니다.>

근대의 전투공병의 역사는 화약의 등장과 폭파 기법이 등장하면서 공성 목적의 전문 병사를 육성한 16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투공병을 일컫는 Sapper는 프랑스에서 요새나 성벽 공략시 공격군이 이용할 접근호를 파는 군인인 Sapeur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들은 삽이나 도끼 등을 이용해서 성벽까지 갈지(之)자 형태로 참호를 파서 대호공병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현대적 공성 기법을 완성한 이는 프랑스의 보방(Seigneur de Vuban)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요새축성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따라서 약점을 알기에 공략하는 방법도 고안한 것입니다. 이후 이보다 진화한 전술이 갱도 채굴(Mine)입니다. 아무리 호를 잘 파도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어렵고 화약으로 성벽을 무너뜨리기 힘든 경우도 많았기에 갱도를 파고 들어가 적진을 폭파했습니다.

<1839년 제1차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봄베이 & 벵갈 전투공병의 활약으로 Ghanzi 요새의 함락하는 장면>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Hawthorn 능선에서의 땅굴을 통해 독일군 진지 지하에 묻어둔 폭약을 폭파하는 장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Hawthorn 능선에서의 나무에 폭약을 설치하는 전투공병>

전투공병은 도끼와 불붙은 수류탄을 들고 적 전열 정면으로 돌격해 목책을 때려부수고 수류탄을 투척해 돌파구를 여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맡던 군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직업 특성상 힘이 좋아야 했으므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따라서 부대원들 중에 엘리트로 취급되어, 척탄병들처럼 곰가죽으로 만들어진 미트레이(mitre) 모자를 썼습니다. 또, 도끼질을 하다 보면 나무나 돌의 파편이 튈 수도 있으므로 보호를 위해 긴 가죽으로 된 앞치마(apron)을 둘렀고, 도끼질하는 손의 보호를 위해 가죽 장갑을 꼈습니다.

<나폴레옹 군대의 전투공병>

<현대 프랑스 외인부대의 전투공병>

이들은 거의 척탄병에 준할 만큼 정예 대우를 받아 당시 면도를 철저히 해야 했던 일반 육군 장병들과 달리 턱수염도 기를 특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프랑스 육군 공병들은 턱수염을 기르는 이들이 많으며, 군사 퍼레이드 등에서 육군 공병들 중엔 수염 기른 인원들을 차출해 내보냅니다. 프랑스의 바스티유데이 퍼레이드에서 앞치마를 하고 도끼를 든 병사들이 행진하는 것을 보셨지요?

<바스티유데이에 행진 중인 프랑스 외인부대 1연대 전투공병>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프랑스 파리의 소방대원들은 Sapeurs-Pompiers (sapper-pumper, 공병-펌프병)으로 불립니다. 이들을 창시한 것도 바로 나폴레옹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좁은 파리 시내에서의 화재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육군의 전투공병들 중 일부를 차출하여 소방대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프랑스 소방대인 Sapeurs-Pompiers입니다. 출신이 그래서인지 지금도 프랑스 소방대는 그 조직이나 문화가 상당히 군대식이라고 합니다.

<바스티유데이에 행진 중인 프랑스 파리의 소방대원들>

미육군의 전투공병의 역사와 활약은 생략하고 Sapper 교육과정과 tab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미육군 전투공병과정은 미주리주의 Fort Leonard Wood의 공병학교에서 4주간의 훈련과정(Sapper Leader Course)을 통해 선발합니다. 미군의 현역 사병(E-4~E-7), 사관생도, 대위 이하의 장교(O-3)가 지원 가능합니다. (주로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지원합니다.)

그 과정은 소규모 팀전술, 리더십, 폭파, 산악훈련 등을 포함합니다. (레인저스쿨이나 특수전 교육에 비해 기간이 짧아서 쉬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기간은 짧으나 매우 혹독하다. 그것이 세금을 절약하는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응수합니다.)

<1985년 전투공병 과정이 생긴 이래 첫번째로 수료한 여군 Sgt. Hailey Falk, 2018년>

<2021년 현재 Sapper 교육 중대장>

그래서 Sapper는 엘리트 대접을 받으며 미군 복장 규정상 허락된 3+1개의 탭 중 하나입니다.

기술 탭인 전미총기협회(NRA) 특등 100인 사수 탭(President's Hundred Tab), 특수부대(Special Forces tab), 레인저 탭(Ranger tab), 전투공병 탭(Sapper tab)은 왼쪽 소매 주머니 상단에 부착할 수 있으며, 동시에 3개까지만 달 수 있습니다. 공수부대 탭이나 산악부대 탭 같이 부대표지에 포함된 탭은 갯수로 세지 않는습니다. 위의 과정들을 수료하고 3개의 탭을 부착한 군인을 미군 슬랭으로 "tower of power"라고 부릅니다.

추가로,

따지고 보면 미해군의 UDT/SEAL도 시작은 폭파팀이었습니다.

<미 해군 공병대 Seabees>

<깨알같은 계급장 디테일>

<미 해군 공병단 모병 포스터>

<오함마...>

<미 해군 공병대 Seabees의 모습>

수중폭파대(Underwater Demolition Team)는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Seabees라고 불리었던 해군 전투공병대에서 선발된 수영 숙련자들 이었고 육군 전투공병대원들 중 수영 능숙자들도 일부 선발하여 창설했으니까요. 물론 '수중폭파'라는 특이한 분야라서 시작하자마자 따로 존재한 것입니다. 그래서 Sapper가 정예군인 대접을 받습니다.

여담으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도 전투공병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다른 놈들은 다 시원찮지만 전투공병만은 믿을만해!" 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 세계의 전투공병은 정말 다른 부대가 오기 전에 먼저 와서 길 다 닦아놓고(적진 부술거 다 부수고) 아군이 퇴각할 때도 최후방을 방어하는 상당한 정예 부대. 후퇴하면서 장애물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까지 남아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모토는 "땅 파고 들어가서 거기서 죽는다"이다. [위키백과]

게임 코만도스에도 전투공병이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