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5년 전, 1997년 경기도 양주에서 일병으로 군생활 할 때로, 겨울에 실시하는 혹한기 훈련의 불침번 때 생긴 일입니다.
분대별로 야외에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면서 고참들이 준비해온 소주를 한잔 얻어 마셨습니다. 첫순번의 불침번으로 불안한 마음에 사양을 했지만 건빵주머니에 넣어 둔 우유가 터진 상태로 얼어붙을 만큼의 추위에
따뜻하게 몸을 데피라는 고참들의 배려에 몇 잔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체질 상, 소주한잔만 마셔도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벌겋게 변하는 체질입니다.
불침번 시간이 되어 준비를 마친 저는 저와는 다른 텐트에 속한 고참(상병)과 2인 1조가 되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근무를 서는 그 고참은 원래부터 혀가 짧은 발음으로 병장들로 부터 많은 놀림을 받아온 사람으로 얼굴이 붉게 물든 저를 보고는
문상병 : 야! 김일병 한잔 했냐? 아무리 고참들이 술을 줘도 근무서는 놈이 술을 마시면 어쩌냐? 빠져가지고…...(혀짧은 소리)
저 : 죄송합니다.
이렇게 몇 십분이 흘러갔나요….대대장이 불시에 순찰을 돌고 있는 것입니다.
놀란마음에 술을 한잔 했다는 걱정을 잊은 채, "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 암구어를 요구했고 대대장인 것을 확인하고 " 근무중 이상무"를 외쳤습니다.
대대장은 추운데 밖에서 근무 중인 저희를 고생한다면 후레쉬로 문상병과 저를 비추는 순간
도저희 추위에 떨고있는 얼굴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붉다 못해 타들어 가는 듯한 저의 얼굴을 보고는 금방 술을 마신 얼굴인 것을 알아 챘습니다.
그러고는 저의 사수인 문상병에게 노발대발로 어디서 같이 마셨냐고 묻는 겁니다.
문상병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원래부터 짧은 혀소리가 더욱더 불분명한 소리가 되어 본인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대대장왈 : 이자식은 얼마나 마셨으면 이렇게 혀가 꼬이냐
그 순간, 이모든 상황을 텐트안에서 듣고 있던 중대원들의 웃음 참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저역시 옆에서 세상에서 제일 슬픈 생각으로 억지로 웃음을 참았습니다.
그일로 문상병이 문병장으로 제대할때 까지 혹한기 레전드 에피소드로 전해졌고 저 역시 군생활 최고의 에피소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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