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속의 50억 영화같은 글로비스 수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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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경운기자]
“검찰이 통째로 털었다. 그것도 벽 속에 감쪽같이 숨겨놓은 비밀금고와 그 속의 비밀까지….”
일요일인 지난 26일 서울 원효로 ㈜글로비스 본사 9층. 사장실과 재경팀 사이 후미진 장소. 책장과 집기를 옆으로 밀친 뒤 대검 중수부 Y검사와 수사관 5~6명이 벽면을 유심히 살폈다. 하얀 벽지로 도배된 평범한 벽이었다.
“이 벽을 여시오!”
검사의 명령에 글로비스 직원들은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뭘 열라는 거지요?”직원들이 딴전을 피우는 사이 수사관들이 직원들을 유유히 제치고 벽면을 지그시 밀자 진짜 ‘비밀의 문’이 열렸다. 벽 속의 공간에 대형 금고가 있었다. 수사관들은 직원들에게 묻지도 않고 금고 앞면 번호판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이번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서류함에 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의 비밀보고서와 회계장부 등 서류들이 쌓여있었다. 100달러짜리 다발과 현금 뭉치, 수표와 양도성예금증서(CD)도 있었다. 총액은 50억원 정도. 수사진들이 이를 지켜보는 순간, 글로비스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글로비스 이주은(李柱銀·구속)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 69억원과 별개의 돈이라고 했다. 비자금이 최소 120억원대라는 얘기다.
잠시 후 현대차 그룹 고위 인사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도대체 어떻게 (검찰이) 알고 온 거냐?’ 압수된 자료도 중요하지만, 검찰이 비밀금고의 위치와 금고를 여는 비밀번호까지 알고 쳐들어온 데 대해 그룹 최고위층은 노발대발하며 간부들을 혼냈다고 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내부의 딥 스로트(결정적 제보자)가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제보자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인정했다.
금고 안에서는 50억원의 현찰과 달러 외에도 ‘특급 대외비’에 해당할 각종 경영보고서와 회계장부 등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틀간 압수물을 정밀분석한 29일. 대검 관계자는 “현대차 비자금에 대해 별도의 수사에 착수한다”고 했다.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최경운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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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전 검찰이 못건드는 삼성이 다시 차 만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