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3 3.0d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이 차는 지난해 디젤차를 국내에 선보인 푸조와 폭스바겐에 이어 BMW가 국내에 처음으로 내 놓은 디젤모델이다. 엔진은 2993cc 직렬 6기통 DOHC 4밸브 터보차저를 채택했다. 디젤차는 하이브리드차가 대중화되기 전의 친환경 차로 유럽 등지에서 각광받고 있다.
시승코스는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안산과 인천 등지로 잡았다. X3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느낌은 거친 승차감이었다. 노면의 미세한 요철까지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됐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순간 가속이 좋다는 것. 자동차 전문가들이 흔히 구사하는 용어인 ‘토크’가 인상적이었다. 시내 주행에서도 정차후 스타트나 짧은 거리에서 속도를 낼때 운전석의 몸이 뒤로 확 젖혀질 정도로 순간적인 힘이 좋았다.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이리저리 제쳐가며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차는 터프한 승차감으로 인해 장시간 주행시에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주말 가족 나들이나 중노년층이 타기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차 같다.
디자인은 SUV(스포츠 유틸리티차)중 민첩성과 역동성을 꽤 잘 살린 모양새다. BMW가 ‘SAV’(스포츠 액티비티 차)라고 명명한 것처럼 짧은 보디라인이 낮은 높이의 앞부분과 어울려 컴팩트하고 힘있는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X5와 달리 투톤이라 젊은 느낌이 난다. 내부 인테리어는 기존 BMW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센터페시아에 죽 늘어서있는 버튼들이 단순한 배열을 좋아하는 취향을 지닌 이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3000cc급 차 치고는 실내공간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같은 급의 국산 SUV가 30평형대 아파트 실내공간이라면 이 차의 내부는 20평형대 정도다. 작은 차에 큰 엔진을 얹었으니 이 차가 힘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보통 같은 모델이라면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비싸지만 이 차는 동일한 가격인 741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승차감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인지 국내에서 그리 큰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다. 올해 1~3월까지 46대가 판매됐다. 운전을 취미로 삼고 파워넘치는 드라이빙을 즐기려는 이에게 딱 맞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