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의 두 얼굴
청원기간
21-02-21 ~ 21-03-23
안녕하십니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입니다. 많은 의료진들이 코로나19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시점,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대학병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의 실체를 밝히려고 합니다. 2021년 2월 20일 현재 본원에서 접촉자 추적 조사 중 누적 확진자가 201명으로 확인되었고, 이 숫자는 병원과 감염 관리팀의 무능함이 방역 실패라는 처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도 병원의 상황이 알려지고 있지만 더 자세한 사항을 알리고 싶어 용기를 냅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병원이 내놓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리 방안은 부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첫째, 병원 직원이 돌아가면서 병원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그 직원이 확진자 또는 잠복기 상태의 사람과 접촉하였을 경우 다시 병원 내로 들어와 근무를 한다면 감염 통제가 되었을까요? 둘째, 직원들은 전수조사 검사 후 음성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병원 내 감염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음성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직원이 환자 또는 다른 직원들과 접촉하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다면 이는 원내 코로나 감염 확산을 부추기는 지시였을 것입니다.
2월 12일, 병원 공식 공지가 아닌 부서 단체 카카오톡 방에 입원 5일째 코로나 검사 시행 결과 본관 8, 9층 환자가 양성이 나왔으며, 이후 본관 7층에서도 퇴원환자에게 양성이 나왔다며 전수조사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월 13일, 총 37명(환자 29, 간호사 7, 보호자 1) 확진 확인되었고 주말 동안 전 직원 코로나 전수검사를 시행하겠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본원에서는 정오부터 전 직원 검사 가능하다고 하였으나, 검사 처방이 들어가지 않아 몇몇 근무자들은 마감시간인 오후 6시가 되어서야 겨우 검사받을 수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 동안 대기자들과 거리를 지키며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도 한 간호팀장은 의사들 먼저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도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직원들은 병원 측에게 현 상황이나 감염관리 대책 등에 대해 공유 받지 못하고 인터넷 기사나 지인들을 통해 확진자 추세를 듣게 되었습니다. 불안에 떨며 누구보다 먼저 병원의 공지를 기다리고 있을 직원들에게 병원의 안일한 태도는 큰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2월 15일, 총 확진자 수는 128명이 되었고, 병원의 전수조사와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이 나오지 않은 병동에는 입원환자가 20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이미 코로나는 확산되었고 자가 격리로 인한 인력 부족과 기존 환자에 대한 미흡한 관리라는 버거운 상황에서 신환까지 관리할 여력이 있어 입원을 허용시킨 것인지 정말 의문이 듭니다. 또한 수술실이 본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수술(비만수술, )을 강행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많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나온 본관 병동으로 타병동에서 헬퍼(간호사 지원인력)를 보낸다고 했으나 헬퍼를 지원받는 형식이 아닌 무작위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헬퍼를 보냈고, 이 중 많은 간호사들은 출근을 한 뒤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확진 간호사가 나온 병동을 방역하지 않은 채 헬퍼 간호사들이 그대로 탈의실, 스테이션, 물품들을 사용하고, 환자마다 혈압계, 체온계와 같은 의료기기들도 따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용 후 소독 티슈로 닦는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소독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음압시설이 없는 병동 복도에 아무렇지 않게 보호구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고글의 경우 사용한 후 공급실에서 소독을 하지만 비닐에 씌워있지 않은 채 올라와 간호사들은 균에 노출된 상태에서 근무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실제 선제 격리 중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접촉한 간호사는 감염 관리팀에게 접촉 여부만 조사받은 뒤 자가격리 대상인지 능동감시 대상인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채 계속 근무 중입니다.
또한 9시간 근무 내내 4종 보호구(가운, 고글, 이중 장갑, KF94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화장실도 가지 못합니다. 원내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대해 병원은 휴게공간이나 식사 공간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에게 각자 도시락을 싸오라는 말만 합니다. 자가격리에 들어간 의사나 보조인력들 대신 능동감시로도 분류되지 못한 간호사들은 그들의 업무까지 떠안아 환자들의 간호와 의사들의 업무, 확진 병상 소독 등과 함께 빗발치는 퇴원환자들의 항의 전화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부천병원 감염 관리팀에서는 음압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본관 병동에 상담실을 청결 구역으로 지정하겠다며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라고 합니다. 환자들의 비말이 떠다니는 공간에서 청결구역이 가능한 말입니까? 또한 환자 접촉 시 마스크 교체를 지시받았으며, 마스크 탈착 후 손 위생을 하는 20~30초 동안 간호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마스크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정작 감염 관리팀과 간호부는 상담실은 청결하고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정작 그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지시사항만 내뱉을 뿐입니다. 그런 바이러스 같은 발언은 KF94가 걸러주지 않더군요.
음압시설이나 감염관리 지침이 준비되지 않은 무방비 상태에서 간호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 던져지게 됩니다. 지원인력에서 확진이 나올 경우 그 빈자리는 다시 다른 병동에 근무하고 있던 간호사들로 채워지는 이 끔찍한 무한 반복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이고, 감염 관리팀의 지시사항마저 말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본관은 이미 퍼진 상태이고 이제 별관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외래는 안전하다며 외래환자를 계속 받던 병원도 결국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외래 구역의 선제적 방역 조치 결정을 내렸다는 언론 플레이, 보여주기 식의 뒤늦은 강경 대응을 펼치고 있습니다.
2월 19일 다음과 같은 공지를 받았습니다. 각 부서의 바닥과 천장은 부서원(간호사) 중심으로 락스 소독을 시행해야 하며, 손걸레를 이용하여 ‘집안 거실을 닦듯이‘ 청소하라는 내용이 저희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청소하는 모습을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병원 전체에 퍼져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임시 폐쇄 등의 조치도 없이 전문 방역업체가 아닌 원내 인력을 사용하면 제대로 된 방역이 가능하겠습니까? 선제 격리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은 직접 해당 부서원들에게 침대, 창문, 천장, 환풍구까지 청소를 강요했습니다. 실제 한 부서에서는 천장 청소를 하다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한 병원은 ‘너무 빡세게’ 청소하지 말라는 말만 내둘렀습니다. 4종 보호구 또는 level D를 입고 오전 6시에 출근한 근무자들은 밤 9시까지 청소하고, 심지어 휴일인 근무자들까지 불러내어 청소를 시켰습니다. 물론 추가 근무수당이나 정당한 보상은 없습니다.
지금은 잘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 ‘정확해야’ 하는 시기이나 저희 병원은 지날 만큼 지난 시점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몸담고 있는 병원이기에 함께 코로나를 이겨내고자 하였으나 상황의 악화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숨만 조여옵니다. 병원과 감염 관리팀의 태도는 저희를 너무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론과 병원의 주장과 현 재직자가 진심으로 호소하는 현실을 현명하게 판단하시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태그 :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코로나바이러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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