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농심이라는 회사에 다니셨다.
항상 퇴근하실때 어릴적 기억이지만 새우깡을 한봉지씩 가져오셔서
나는 우리아버지가 오실때만 기다리곤 했었다.
그때 내 어린기억속에 세상에 제일 맛있는 과자는 새우깡이었다.
우리아버지는 엄마에게 욕을 먹을 정도로 엄청 착한분이셨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아버지 새벽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려는데 지하철역에 할머니 한분이 차비가없다고
아버지께 돈좀 빌려달라셨단다. 넉넉치 않던 우리집..
그때 우리아버지는 지하철 정액권과 토큰몇개만을 가지고 회사-집을 오가시던 분인데
그 할머니를 위해서 출근하다 마시고 있는 토큰과 백원짜리를 다 주셨단다.
출근했다 다시 집에와서 엄마한테 차비좀 달라하다 혼나는 아버지를 보았다.
나는 그 아버지를 빼닮은 사람이다. 구걸하고 어려운사람보면 내 처지 생각못하고
도와주다보니 결국 아버지나 나나 아내들을 독하게 만드는 남편이 되어있다.
우리아버지는 사랑꾼이다. 종가집 3대독자이자 장남인 우리아버지는
어느가난한 1남7녀의 농사꾼의 맏딸과 사랑에 빠졌다. 당연히 친할아버지와 집안전체가
결혼을 반대하고 나섰고 우리아버지는 친가와 의절을 결심하고
엄마손을잡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어머니를 택하기위해 친가를 포기했다.
그리고 엄마의 동생들 이모,삼촌들을 모두 대학교까지 뒷바라지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닮아 지금 내 아내와 집안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부터 했다.
가진것도 없고 어렸으며, 축하를 받지도 못했지만 나는 그렇게 우리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내 아내를 택했다.
우리아버지는 엄한분이셨다. 그리고 무뚝뚝했다. 약속안지키는것을 엄청나게
싫어하셨고 거짓말을 하면 회초리를 드셨다. 회초리가 부러질때까지 종아리를 맞고
울다가 잠이 들면 다음날 신기하게도 내 종아리엔 바세린이 발라져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됐다.
내가 어릴적 비탈길에서 세발자전거를 타다 굴러 머리를 크게 다쳤을때
우리아버지는 수술비를 마련하기위해 회사와 밤에는 신문배달 그리고 집까지 파셨다.
우리아버지는 의사보다 대단한 분이며 하나님보다 부처님보다 내게 위대한 분이다.
우리아버지는 술,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분이다. 또 욕을 하시는걸 본적도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담배를 피다 걸려 학교에 불려오셨을때 아버지는 내게 화를 내지도
매를 들지도 않으셨다. 대신 내게 한마디를 하셨다.
"술이든 담배든 니가 어른이 되면 하나만 하자." 난 그래서 지금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 말씀대로 담배만 핀다. 1년에 소주 1잔될까말까 그게 내 주량이다.
우리아버지는 날 금수저로 낳지는 않으셨지만 금으로도 살수없는걸 가르쳐주셨고
우리아버지는 돈으로 엄청나게 많은 교육을 시켜주시진 않았지만 직접 행동으로
내게 많은것을 보여주고 가르쳐주셨다.
우리아버지가 오랜 투병생활끝에 세상을 떠나시던 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내가 어느덧 가장이되었고 남편이 되어보니 우리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하셨구나라는걸
요즘들어 많이 깨닫는다.
나는 아직도 새우깡만 종종 먹는다. 근데 새우깡이 변한건지 내가 변한건지
어릴때 아버지가 퇴근길에 가져다주시던 그맛이 나질 않는다.
가끔 아버지가 마음에 사무치게 보고싶어질때가 많다. 누가 말하길
여자는 엄마가 되어야 엄마의 맘을 알고 아빠가 되어야 아빠의 마음을 안다고 하던데
나는 아빠가되었을때 우리아버지만큼 훌륭한 아버지가 될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요즘 내 스스로 내게 하는 말의 대부분은
나는 훌륭한 우리아버지, 대단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것과
그러니까 힘들어도 기죽지 않고 눈물참고 이악물고 꼭 잘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오늘같은 날 우리 아버지가 정신차리고 살라고 내 종아리를 때려주시면 좋을것 같다.
그리고 내 종아리에 조용히 몰래 바세린을 발라주시면 나는 안자도 자는척 하면서
눈물 꾹참으며 아버지 손길을 느끼고 싶다.
※보배드림형님들 다들 힘내세요. 우린 다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아닙니까^^
그리고 혹시 아직 아버지가 곁에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쯤은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제 경험상 그말을 하려고 하면 이미 늦을때가 많더라구요..
추천입니다...
낯간지러워서 해본적없는데
꼭 해볼게요^^
머리가 숙여집니다~♥
저의아버지는 그렇지못하셧거든요
가끔은 아주가끔은 만약나에게도
엄하고 자상하신아버님밑에서
자랏으면 내인생이조금은지금보다
달라졋을까?
하는의문문이듭니다
지금도생존해계시고 나이대에비해서건강하심을 감사하게생각합니다
이유야어찌됐던 나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만 걱정끼쳐드려야되는데....
있다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신의와 거짓말 그리고 투병으로 일찍돌아가시고 눈물까지...
글 잘읽고갑니다
저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수있는 가장이돼다보니 가끔 아버지가 정말 보고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쓰신분도 좋은 아버지일것 같습니다^^
힘나네요!
참 단단한 젊은이님.
따뜻하고 선한 마음씨가 녹아있는 글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진정으로 잘 되시길 빌께요!
저희 아버지도 오랜 병원 생활중 갑자기 돌아가셔서 저또한 화류계 생활로 병원비를 충당해서 많은 동질감이 가네요..
ㅎㅎㅎㅎ저는 웨이터 말고...장사 ㅎㅎㅎㅎ
늘 행복하게만 사십시오...돈보다 가족이 제일인듯합니다
그런데 글을 너무 잘쓰시는것 같아요... 이번글도 그렇고 대표작(?)은 장난 아닌것 같습니다 ㅎㅎ
항상 안전운전하시고 행복하세요 ㅎㅎ
아버지 보고싶네요
로그인도 안하는 눈팅족이었는데 화류계글을 따라가다 이 글까지 오게 되었네요.
로그인하는데 휴면으로 되어있어 풀고 첫 답글을 적는 것 같습니다.
글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응원하게 되내요...
항상 안전운전하세요...
그래서 줄이려 하는데.
못끈겠다. 형아같은 사람때문에....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