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연애 시절 같은 수컷이라고 와이프 옆에만 가면 으르렁 거리면서 물던 수컷.
친해지기는 오래 걸렸는데 친해지니깐 나밖에 모르던 수컷.
혼자 족발에 소주 한잔 하고 있으면 자기도 한입달랬는데 안주면 화장실에서 똥싸던 수컷.
웨딩사진 마지막 컷에 와잎과 나 사이에서 히죽거리던 수컷.
와잎님과 함께 놀러 갈 때 항상 따라다니던 수컷.
아들이 태어났을 때 우리의 애정 순위에서는 밀려났지만 여전히 나를 좋아해주던 수컷.
아들이 커가면서 여행 다닐 때 처가에 맡겨 있던 수컷.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는데 어느 순간 식욕이 떨어져 병원에 갔더니 고령이여서 치료보다는 맛있는거 먹이라는 진단을 받은 수컷.
퇴근했을 떄 반겨줬는데 한달 전부터는 집에서 나오지도 않던 수컷.
어제 처가에 있던 수컷에게 나도 모르게 영상통화를 했는데 일어설 힘도 없는데 고개를 들면서 아는 척 해줬던 수컷.
아침에 처가에 있던 와잎님이 울면서 전화 왔네요. 하늘로 갔다고. 생각해보면 해 준것도 없고, 우선순위에도 밀렸어도 항상
반겨주던 수컷이였는데 정말 추억도 많고 이쁜 행동도 많이 해줬는데 15년 살고 갔네요. 하루종일 울고 멍때리는 와잎님과
화장해줬네요. 아들 분유값, 기저귀 값에 밀려 조금 저렴한 사료를 사줬던 기억에 눈물이 납니다. 혹시 애완동물 키우시는
형님 누님들~ 살아 있을 때 많이 이뻐해주세요~ 허전하고 미안하네요.
소주나 한잔해야 겠네요. ㅜㅜ
저는 그냥 관만 좀 비싼거 권유만 했지 별거없었는데 너무하네영
울집 막내노릇하며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히려 우리 가족이 그 녀석의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어제 와잎님과 이야기 했네요.
"그 녀석은 항상 그자리에서 예전 우리를 기다렸다고.. 하지만 변한건 우리였다." ㅜㅜ
한동안 그친구 빈자리가 많이 그립겠어요ㅠ
기운내세요
많이 힘이 드네요. 많이 이뻐해주세요~
평생 자식 바라지한 부모님 돌아가심 어떻겠어요
살아 생전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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