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가장인 분들 많으시겠죠?
하지만 저희집과 비슷한 사정은 흔하지 않을듯해요. 그래도 같은 아빠들에게 물어보는게 나을것같아서요...... (남편은 보배를 안봅니다. 아마도)
제 남편은 대중교통 편도 2.5시간 거리 사업장을 주말없이 10년쯤 다녔어요. 최고의 자리를 찾다보니 점점 멀어져서 현재 이래요. 연애 때부터 준비해서 신혼에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젊고 하고싶다니까 냅뒀어요.
처음엔 수입이 없다시피해서 생활비 50만 받았지만 임신 전까진 상관없었고 첫째 낳고 키우며 사업도 점점 커졌어요. 그래서 둘째도 빨리 같이 키우자고 낳았는데
...첫째 세 돌에 발달지연 소견을 받았어요ㅋ... 자폐와 지적으로. 그 때부터 5개월 둘째 데리고 센터행이 시작됐어요. 원래는 제 일을 하고 싶었지만 곧 다른 일을 해야하는걸 깨달았어요. 왜냐면
어린이집 담임에게 계속 전화가 옵니다. 안잔다, 데려가라, 드러누웠다, 반대로 간다... 다행히 폭력성은 없었지만 힘들다고 데려가라고 허구헌날 연락이 옵니다. 무슨 날은 보내지말라고도 합니다. 복지관에 센터가느라 짧게보내고 하루는 통째로 빠지는데요... 장애전담을 늦게 알아 끝까지 자리가 없었습니다. 전공 버리고 오전 알바라도, 취성패라도 하고싶었지만 꿈이었죠.......
센터비는 무지 비싸요. 게다가 운 나쁘게 바우처 신청기간을 지나서 진단받아 쌩 돈을 들여 모든 발달치료를 받았습니다. 부담되어 틈틈히 이론책 사고 찾아보고 공부하고 센터피드백도 다하고 집에서도 최대한 뭔가하려고 노력했어요.
가을에 겨우 실비센터에 들어갔으나 전체 실비가 아닙니다. 수업료 먼저내고 서류제출해서 일부 돌려받으면 다음달 수업료로 그대로 나가요. 그래도 어느정도의 돈이 돌고 도니까 부담이 조금 줄까 했지만 하라는 치료가 계속 늘어났어요. 분기마다 대학병원이상 전문의들 진료도 꼬박꼬박가고요.
어린이집에선 결국 학대사건까지 발생했고, 질려서 유치원 특교자를 보냈어요. 9시에 보내 1시 반에 마치니 1시까지 픽업나가요. 오전 3시간... 아무것도 못하죠. 오후는 센터행, 주말에는 경험 쌓아주러 둘째 돌 전부터 애들 데리고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남편은 돈 벌구요...... 아무리 벌어도, 생활비 130만을 수기 가계부를 쓰며 아껴써도 센터비에 교구에 외출에 간식값...... 1시 반에 마치면 2시부터 5시 반까지 센터 안이니까요. 차 몇대를 사고도 남았을 것 같아요.
그렇게 2년 째에 치료비 250(사설센터 제외) 찍으니 실비 태클이 들어왔고 싸웠지만 잘렸어요. 그래도 저흰 다 받아낸 편이란게 슬프네요ㅎ 다시 쌩 돈으로 1년만 버티자며 유지했고, 첫째가 몇 년간 급성장하여 숨통 막히기 전에 하나씩 수업이 종결됩니다. 그 뒤로 일반 학원들을 보내서 아직도 잘 다녀요. 일반화가 목표니까 섞여야만 하거든요.
자폐의 70퍼센트가 지적장애 동반인거 아시나요? 나머지 30은 지능은 평균 하 부터, 자폐는 경증 경계 등으로 또 갈립니다. ADHD동반도 흔하죠. 저흰 그 중에도 모든게 최상의 위치에 있게 됐어요. (이건 학령기 검사 후 전문의 진단입니다)
그동안 엄마들은 저에게 집에서 어찌했냐 뭘했냐 쪽지 폭탄을 보내고, 전문가도 아닌데 피드백 받길 원하시는 상황까지 왔어요. 그래서 전 남편에게 이 길로 가고싶다, 그 동안 공부한 것도 내가 집에서 해줬던 것도 아깝다 했었어요. 그동안 해보라고 말한 치료사도 한두명이 아니었고요.
그러니 알겠다고 이제 해보라고 해놓고ㅋㅋ ......
편도 2.5시간 출퇴근. 얼마나 지겹고 피곤하겠어요. 알아요. 자차로도 그 정도 걸려서 대중교통 타고 다녔거든요. 저도 평일도 주말도 혼자 애들 다 끌고다니고, 항상 남편오기전에 재우며 나름 쉬게해주려 했습니다. 둘째도 공짜인 국공립으로 보냈더니 두 놈 방학이 어찌나 긴지... 지금도 방학이죠ㅜ
근데 사실 저도 쉬고싶고 뭔가 하고 싶어요... 저도 지겨워요...... 친정도 멀고... 센터만 다니느라 동네 친구하나 없고 외로워요... 친구는 커녕 뒤에서 수군대고 피하는 인간들이나 있었어요. 웃긴건 그 사람들 지금 못알아봐요.
아이는 몰라보게 좋아졌다해도 한번씩 문제가 있어 제가 여전히 따라다니며 하나씩 다 가르쳐요. 사회적 기술 같은... 사회 인지라 하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가르치면 잘 하니까 다른 발달장애 부모들에겐 배부른 소리죠.
솔직히 이제는 둘째도 컸으니 오전만큼은 오롯이 내 시간이 될 줄 알았어요. 남편이 저렇게 몸을 태우며 출퇴근하는게 영원할리없는데 말이죠... 벌이가 나쁜것도 아니지만 정말 완전히 질렸나봅니다.
그냥 제 생각보다 너무 빠르다고 해야겠네요.
마음으로는 그래, 그동안 수고했어. 쉬고싶으면 때려쳐! 라고 하고싶지만 제가 맞벌이 할 상황이 대체 언제쯤일지 모르겠으니 뭐라해야할지... 계속 하라고 할 순 없는데요. 뭘 할거냐 물어보는것도... 모르겠고... 저는 정말 아이만 신경쓰고 살았나봐요. 막연히 출퇴근 힘들겠다 얘기나 하고... 집은 안그런분들도 있겠지만 묶여있는 상태고 빚은 없어요.
관두는 것과 별개로 그냥 좋아하던걸 먹이고 싶어서 오랜만에 재료를 사는데...... 이게 뭐라고 작년엔 남이 만든거 사다주고 재작년엔 롤로 된 거 한 번 해줬고요. 참 신경 못써줬다 싶어요. 애들과 같이 만들어 난장판돼서 비주얼이 영 그렇지만......
아마 본인도 알꺼에요
내가 그만두면 더힘들어진다는거...
그래서 저도 죽으나 사나 직장나가는거구요
힘들다하면 쉬게 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믿고 기다려주면 재충전해서 또 기운 내시겠죠
그리고 아내분도 진짜 열심히 살아내신거 같아요
그덕에 큰아이 긍정적 변화보고 남들이 물어볼 정도면 말이죠ㅎ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으시겠만, 남편분을 믿고 힘든시기를 잘 이겨 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냥 휴식,충전이 필요한 시기일뿐...
저도 가장이지만 마음속 사표는 항상 들고다녀요
그러다 집에오면 내새끼들 보고 또 열심히 살자 다짐하고...다른 가장들도 비슷할거 같습니다.
화이팅하시고 가정에 행복을 빌겠습니다^^
그것 또한 엄청난 수고로움이 들어가야한다는 걸...
그 아까웠던 시간들 가족에게로
큰 행운이라는 형태로 온전히 잘 돌아왔으면 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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