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가족은 반양옥집 큰 방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저 이런 순서로
다같이 잤어요
하루는 밤에 목이 말라 잠에서 깼는데
할아버지 머리맡에
누가 서서 할아버지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잠결에
"어... 누구세요?" 하니 그 존재가 고개를 스윽 들어올려
저를 보더라구요.
순간 무서워져서
이불 뒤집어쓰고 떨다가 다시 잠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이틀 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시간이 좀 흘러 친척들 모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니가 대표로 저승사자를 봤구나야"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몇 해 후,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꿈을 꿨는데
두 분이 지내시던 사랑방 앞에
두 분이 서 계시는데
알록달록한 갑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시며
저를 반기시다가
갑자기 얼굴이 무섭게 변하셔서
으악! 하며 울며 잠에서 깼죠.
그게 어른들 말씀으론 "정 떼는 꿈"이라고 하시더군요.
"니가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어하고 두 분도 널 생전에
많이 예뻐하셔서 꿈에 나오셨나보다"
어릴 땐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 꿈도 꾸곤 했는데
이젠 꿈에도 안 나오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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