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금융위기와 함께 졸업을 앞둔 시기라 그런지 모두들 어딘가 불안하고
이제 학창시절을 마무리 한다는 아쉬움에 다들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시기였던것 같다.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신입생때 써클동기로 알게 되어 친한 친구가 된 여자아이가 있었다.
우르르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 중에 하나였던 그녀가 어느 주말 무심코 "우리 영화나 같이 볼까?"하는
말한 마디에 정말 마음을 터놓고 지네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니까 서로 사심이 섞이지 않은 진짜 이성친구. 꽤 미인인데다 붙임성도 있어. 인기가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사이는 우정 이상의 감정은 생기지 않았고. 서로 사귀는 사람에 대한 얘기도하고
서로 이성에 대한 어드바이스도 아끼지 않았던 그런 친구였다.
그녀석이 해준 소개팅도 꽤 많았는데...
어쩌면 또래의 남자 녀석들보다 그녀에게 더 많은 비밀을 털어 놨던 것 같다.
그녀는 어느 날이고 편하게 찾아가 술이 먹고 싶다고 하면 술을 사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밥을 사줬던 그런 사이였다.
공부도 잘했고. 뭐든 잘 해낼 것처럼 실력도 좋고 자신만만 친구.
서로의 애인을 소개받기도 할만큼 우린 가릴 것이 없는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가던 카페에서 그녀가 나에게 물어왔다.
"오래된 친구랑 키스를 하면 어떤 느낌 일까?"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의례 호기심도 많고 꽤 개방적인 녀석이라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우리는 곧잘 서로 꽤 야한얘기도 하곤 했었으니깐 (당시 기준엔 ㅠ_ㅠ)
그런 키스얘기도 사실 대수롭지 않은 장난이나 농담처럼 넘겨 버렸다.
가을이 깊어가던 무렵 우리 학과 친구들에 섞여 그녀와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그 시절 유행하던 옛날 영화 포스터를 간판으로 그려 놓은 대포집 같은 곳에서
우리는 밤이 깊도록 연탄불에 고기를 굽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마시며
추억.사랑.인생에 관한 어설픈 이야기를 쏟아내고 졸업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하고
아쉬운 감정을 털어 내고 있었다.
모처럼 마신 술이라 그런지 친구도 나도 둘 다 취해 있었고...
"써클룸에서 첫차 기다렸다가 가자."
사실 난 학교앞에 살았기 때문에 첫차를 기다릴 필욘 없지만. 당연히
의리를 지켜야 겠다는 마음으로 아무도 없는 써클룸을 열고 우리는 첫차가
오기까지 불도 켜지 않은채 낡고 작은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 그날먹은 술은 시간이 갈수록 더 취기가 오르는거 같았고..
취했는지 졸렸던건지.. 내게 그녀가 기대어 오자 기분이 조금 묘해졌다.
우린 신입생 시절 얘기를 했다. 점심 오후 저녁. 하루에 3탕 미팅하던 얘기며
내가 좋아하던 한살 어린 후배 이야기부터 우리는 첫차가 올 시간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문득 예전에 그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래된 친구와의 키스...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그녀는 날 끌어당겼고 술 때문인지 뭔지 모를
감정에 휩싸여 너무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휩쓸렸고.. 이미 둘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버렸다.
.
.
.
조금뒤 정신을 차렸을때 순간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처음 이었섰나?..
난 그녀가 남자 경험이 있을꺼라 정말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많은 말들이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부린 허세였던 건가?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돼버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는 한 동안 말없이 꼭 껴안고 누워만 있었다.
시계를 보니 첫차가 다닐 시간이다.
우린 말없이 주섬주섬 옷 을 챙겨 입고는 캄캄한 정류장으로 향했다.
새벽의 찬바람도 느끼지 못할 만큼 서먹하고 내가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녀도 눈을 마주치려고 들지 않는다.
버스에 올라탄 그녀를 뒤로하고 무작정 걸었지만 머리가 복잡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그녀에게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처음이 너여서 좋았어"
눈물이 날 만큼 좋은 친구다.
그녀는 가끔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비를 맞고 있는 꿈을 가끔 꾼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 전화를
걸면 그때마다 항상 내가 감기에 걸려 있더라고 했다.
그해 가을. 겨울 우린 친구도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린 바라보는 시선도 틀렸고 서로 깊이 사랑하는 연인도 있었다.
이쯤에서 끝내야 겠다고 말을 건낸 것은 나였다.
계속 친구로 남자고 그녀는 말했지만 이미 그 우정을 지키기에는 서로를
감당하기가 힘든 상황 이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서로의
행복을 빌어 주었다.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간간히 그녀 소식을 듣는다.
아마 친구들을 통해서 그녀도 내 이야기를 들었겠지..?
우린 세상에 단 둘만 알고 있는 비밀 하나를 가지고 살게 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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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 하나를 잃었다.
.
.
.
내일 토요일
그시절 친구의 결혼식. 그녀가 온다.
원래는 우리 남정네들 재밌으라고 요 가시내가 당시 갓 오픈해서 핫했던 강남역 블루케찹으로 장소를 잡았는데 음악소리는 엄청 크지, 맞은 편에 앉으니까 대화가 안되는거라. 그러니까 잘 안들린다고 첨에는 야가 내 옆자리로 넘어오더군요. 귀에다 대고 대화를 전달하다가 갑자기 야가 쌔바닥을 내 귀로 밀어넣고 그 사람 많은데서 겁내 핥어부네.. 당황해서 에이 아닐거야. 십년도 넘게 친군디 우째 그라것서 대충 무마하고 자리를 이자카야로 옮겼는데 룸을 받아버렸네.
뭐 거기서부터는 이미 술이 많이 들어가서 상상하는 그대로의 일이 벌어졌고 난 지도 나름대로 감당되니까 벌린 일인줄 알았건만 이후로 친구도 잃고 딸딸이 인생도 계속되고.. 자두 노래를 잘 들었어야 하는건디 후회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임신..ㅎㅎㅎ
마지막 그녀가 온다는 ==> 결혼식날..ㅋㅋㅋ
원래는 우리 남정네들 재밌으라고 요 가시내가 당시 갓 오픈해서 핫했던 강남역 블루케찹으로 장소를 잡았는데 음악소리는 엄청 크지, 맞은 편에 앉으니까 대화가 안되는거라. 그러니까 잘 안들린다고 첨에는 야가 내 옆자리로 넘어오더군요. 귀에다 대고 대화를 전달하다가 갑자기 야가 쌔바닥을 내 귀로 밀어넣고 그 사람 많은데서 겁내 핥어부네.. 당황해서 에이 아닐거야. 십년도 넘게 친군디 우째 그라것서 대충 무마하고 자리를 이자카야로 옮겼는데 룸을 받아버렸네.
뭐 거기서부터는 이미 술이 많이 들어가서 상상하는 그대로의 일이 벌어졌고 난 지도 나름대로 감당되니까 벌린 일인줄 알았건만 이후로 친구도 잃고 딸딸이 인생도 계속되고.. 자두 노래를 잘 들었어야 하는건디 후회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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