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변화 돋보이는 부분변경 신형
-매끄러운 주행감각과 변함없는 오프로드 실력
지난해 국내 등록된 랜드로버는 총 7,713대다. 1만대를 훌쩍 넘겼던 2018년과 비교해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수
치로는 전년 누적 판매 대비 34.5%나 빠졌다. 서비스 및 제품 이슈에 따른 소비자 불안감이 적지 않은 영향을 차지했
지만 마땅한 신차 교체 주기가 없었던 점도 전체적인 판매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였다. 특히 진입 장벽이 낮은 엔트리
제품의 노후화가 실적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다양한 형태의 입문형 SUV를 속속 선보이면
서 격차를 벌렸다.
올해 드디어 랜드로버 중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자랑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국내 등장했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
기는 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강력한 상품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2020년 랜드로버를 책임질 신차를 타봤
다.
▲스타일&상품성
첫인상은 동글동글한 형태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미래형 파워트레인 탑재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프리미엄 트랜스버스 아키텍처(PTA)'를 적용해 크기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있다. 실제 신형은 길
이 4,597㎜, 너비 1,905㎜, 높이 1,727㎜로 7㎜ 길어졌고 11㎜ 넓어졌으며 3㎜ 높아졌. 쉽게 말해 전체적으로 크기를
키워 존재감을 키웠다는 뜻이다.
랜드로버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채택한 LED 헤드 램프는 세련된 면모를 보여준다. 안에서 바깥으로 켜지는 애니메이
션 방향지시등 역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전면 그릴은 독특한 패턴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새 디자인의 범퍼는 바
닥 부분을 은색 몰딩으로 마무리해 멋을 냈다. 이 외에도 공기 흡입량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액티브 베인 기능이 추가
돼 이산화탄소 배출량 및 효율 개선에 도움을 준다.
옆은 기존과 동일하다. 사이드미러를 비롯해 펜더에 붙은 장식과 도어 손잡이 중심을 흐르는 캐릭터라인, 쿼터글래스
형상과 C필러에 붙은 랜드로버 배지까지 전부 같다. 19인치 휠은 디자인이 다소 밋밋해 역동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있
다. 뒤는 테일램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원형에서 테두리를 감싸는 형태로 제동등이 들어오고 방향지시등을 가운데
에 길게 넣었다. 뒷 범퍼는 테일램프를 안쪽으로 숨겨서 한층 깔끔해진 모습이다. 트렁크 가운데에 붙은 큼직한 디스커
버리 알파벳은 차의 존재감을 키우는데 한몫한다.
실내는 일취월장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터치 프로2의 스크린은 10.25인치로 커지고 해상도와 터치 반응
속도도 향상됐다. 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이 지원되며 티맵(T map) 내비게이션 등의 앱을 사용할
수 있다. 밑에는 운전자의 작동 반경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및 각종 버튼의 위치가 바뀌었다.
공조장치 및 드라이브 모드 조작을 위한 버튼도 최신 디자인의 터치식으로 개선돼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공기
청정 센서와 실내 공기 이오나이저를 탑재해 외부에서 오염이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시키고 정
화해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시킨다.
풀 HD 화질의 12.3인치 대화형 운전자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인 계기판 기능과 함께 내비게이션, 전화, 능동 안전 시스
템 조작 기능을 제공한다. 앞에는 레인지로버와 동일한 스티어링 휠이 들어간다. 도어 안쪽 디자인은 물론 센터터널 주
변도 전부 바뀌었다.
변속레버는 로터리 방식에서 스틱 형태로 모양을 다듬었고 콘솔 수납공간에는 무선 충전 기능을 추가했다. 또 운전자
사용 패턴을 학습해 실내 온도, 메모리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첨단 능동 안전 시스템 등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스마
트 설정' 기능도 탑재했다.
최신 편의 품목 외에도 실내 가치를 높이는 요소는 소재와 마감이다.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실내 감성 품질을 한층 끌
어올렸다. 대시보드는 쿠션감을 살린 부드러운 소재로 마감했고 가죽의 범위도 확대했다. 또 주요 패널에는 블랙 하이
글로시를 과감히 두르고 은색 알루미늄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덕분에 내구성과 고급감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공간 활용성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장점이다. 전체적인 수납 크기는 기존 대비 약 17% 커졌다. 특히, 센터 콘솔박스
는 최대 9.9ℓ의 공간을 확보했고 탈착식 컵홀더를 적용해 더 넓게 사용할 수도 있다. 2열은 뒷좌석은 리클라이너 기능
및 앞, 뒤로 160㎜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휠베이스가 2,741㎜로 기존과 같지만 더 넓어진 느낌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
다. 트렁크 공간은 897ℓ로 커졌고 2열을 접으면 최대 1,794ℓ까지 늘어난다. 이 외에도 60:40 분할 폴딩 시트를
40:20:40으로 세분화해 확장성을 키웠다. 통 큰 파노라마 썬루프도 개방감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성능
신형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총 3가지 출력의 인제니움 디젤 및 가솔린 엔진을 제공한다. 4기통 2.0ℓ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과 180마력으로 제공되며 각각 최대토크 38.8㎏·m, 43.9㎏·m의 힘을 낸다.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 249마력, 최대 37.2㎏·m를 발휘한다. 시승행사에는 180마력짜리 디젤 트림인 D180이 준비됐다.
차는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여러 기능을 더했지만 무겁거나 굼뜬 현상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새 플랫폼 덕분이다.
13% 높은 강성과 가벼워진 무게로 만족할만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또 엔진 마운트를 다시 설계해서 높이를 낮추고 진
동 소음을 개선했다. 패널 단차도 42% 줄여 풍절음과 효율도 끌어올렸다. 실제로 주행 중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
은 경험하기 힘들었다. 가솔린만큼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차를 몰 때 적어도 정숙성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는 일은
없을 듯하다. 플랫폼의 변화가 주는 대단한 발견이다.
저속에서부터 꾸준히 뿜어내는 힘은 디젤 엔진의 장점이다.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SUV에서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경우 9단 자동변속기 세팅이 훌륭해 효과적인 성
능을 발휘한다. 사실상 8단과 9단은 항속기어 성격이 강해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7단만으로도 일상 주행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다. 정직하게 맞물리는 변속 반응 및 이상적인 기어비가 부드럽고 매끈한 주행 감각을 완성한다.
변속 레버를 왼쪽으로 옮기면 스포츠 모드가 활성화된다. 스로틀 확장에 따라 엔진 회전수가 살짝 올라가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다만 독일차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짜릿한 운전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소리가 커지거나 순간 토크의 영
향으로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극적은 현상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패들시프트는 따로 없다는 점도 차의 성격을 반
영한다. 그 결과 스포츠보다는 일반 모드에서 마음 편히 운전을 이어나갈 때의 만족감이 더 크다.
고속 주행에서는 능동형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스톱앤고 기능이 탑재된 만큼 첨단 레이더 기술을 바탕
으로 앞 차의 속도를 파악하며 교통 정체로 인해 주행이 멈출 경우 완전히 정차한다. 또 차선을 이탈할 경우 조향 간섭
을 통해 차가 다시 차선 안쪽으로 유지시키는 현상도 직접 경험했다. 여기에 사각지대 어시스트와 도로의 굴곡을 의연
하게 거르면서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한 서스펜션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안정적인 주행에 힘을 보탰다.
신형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기본으로 들어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도 눈여겨볼 만하다. MHEV는 새 제너레
이터 및 리튬 이온 배터리를 추가해 주행 시 에너지를 저장하며 엔진 구동을 보조한다. 17㎞/h 이하로 주행할 경우 엔
진 구동을 멈추고, 저장된 에너지는 주행 재개 시 엔진 가속에 사용된다.
회사는 MHEV 적용으로 효율이 약 6%의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짧은 시승행사 중 효율은 직접 경험하기 쉽지 않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하게 잡은 것은 주행 감각이다. 가속과 정지를 반복하는 시내에서 차가 한결 부드
럽게 나가는 느낌을 준다. 순간 디젤차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운전에 대한 피로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총평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전방위적인 변화가 돋보이는 차다. 누군가는 세련된 외모와 향상된 상품성, 넓은 실내와 고급스
러운 장식이 부분변경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온다. 새 뼈대를 바탕으
로 똑똑해진 동력계와 개선의 흔적이 드러난 정숙성 및 효율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변함없는 오프로드 능력을 비롯해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같은 신기술 탑재도 차의 가치를 높인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국내 판매 가격은 D150 S 6,230
만원, D180 S 6,640만원, D180 SE 7,270만원이며 가솔린 제품인 P250 SE는 6,98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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