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성능·효율 잡은 아우디의 첫 순수 전기차
-버추얼 사이드미러·브레이크-바이-와이어 등으로 기술 진보
아우디가 브랜드 첫 전기차인 e-트론을 국내에 선보였다. e-트론은 그동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예고했던 아우디
의 전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록 다른 브랜드에 비해 시작이 늦긴 했지만 그만큼 완성도가
높을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 특히 아우디가 주장하는 '기술을 통한 진보'와 전매특허인 콰트로 시스템을
첫 전기차에 어떻게 녹여 냈을지에 대한 기대 등이다. e-트론을 강원도 홍천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상품성
외관은 아우디의 내연기관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푸른 번호판이 전기차임을 강조할 뿐이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보다는 기존 차와 비슷한 모습을 통해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 4,900㎜, 너비
1,935㎜, 높이 1,685㎜, 휠베이스 2,928㎜다. 중형 Q5와 대형 Q7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그래서 아우디는 e-트론을 '전
동화를 이룬 Q6'로 정의했다. 실제로 둘러본 e-트론의 면모도 딱 그 정도다.
전면부는 엔진 냉각에 쓰이던 그릴을 남겨뒀다. 팔각형 프레임의 대형 그릴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막아둘 법도 하
지만 일부를 뚫어내고 수직형 패턴으로 장식했다. 헤드램프는 예부터 LED를 적극 활용하던 아우디인 만큼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범퍼는 반듯한 선들로 면을 쪼개 허전함을 달랬다.
측면은 SUV보다 지상고를 낮춘 평범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요소
가 존재한다. 특히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카메라는 주행 시 바람과 맞닿는 면적이 줄어 세단 수준의 공기저항계수
(Cd 0.27)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캐릭터라인이 시작되는 펜더엔 충전구 커버(운전석 쪽)를 삽입했다. 도어 하
단은 두툼하게 처리하고 예리한 면 처리로 마감해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해치 도어는 기울기를 가파르게 설정해
날렵한 자세 연출에 한 몫 한다. SUV를 지향하는 만큼 루프랙도 챙겼다.
후면부는 좌우로 길게 뻗은 LED 테일램프와 고광택 패널이 시선을 분산시켜 차체를 낮고 넓어보이게 한다. 디퓨저,
또는 스키드 플레이트에 해당하는 범퍼 아랫부분은 머플러를 대신하는 가로형 음각 처리로 전동화를 암시한다.
실내는 아우디의 정체성에 따라 직선 위주로 꾸몄다. 대시보드는 겹겹이 쌓은 디자인과 함께 소재를 다변화했다. 디지
털화 흐름에 맞춰 모니터를 곳곳에 설치한 점도 두드러진다. 특히 사이드미러 위치 보다 살짝 아래쪽에 있는 버추얼 사
이드미러는 e-트론의 핵심 품목 중 하나다. 그러나 적응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운전 습관에 따라 사이드미러 자리가
있던 카메라에 시선이 먼저 가고 그 다음에 모니터를 보게 돼서다. 적응이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모니터 크기와 화각을
키웠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모니터는 사이드미러 형태인데다가 테두리를 통해 후측방 사각지대 경고와 방향지시등
점등 기능도 담아 직관성이 높다. 눈·비가 오거나 야간 주행 시에도 화질 저하가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밖에 전반
적인 상품성은 플래그십인 Q7에 버금간다. 편의품목은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뱅앤올룹슨 16스피커 음향 시스템, 앰
비언트 라이트 등을 준비했다.
공간은 중형 SUV 이상을 확보해 불만이 없을 정도로 널찍하다. 특히 뒷좌석은 아우디의 자랑인 4WD 시스템, '콰트
로'를 채택했음에도 평평해 전기차 혜택을 제대로 받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연기관을 탑재한 콰트로 제품은 배기
파이프와 구동축으로 인해 센터터널이 우뚝 솟아오른 반면, e-트론은 배기가 필요치 않은 두 개의 모터를 각각 앞·뒷
바퀴축에 장착해 센터터널이 사라졌다.
적재공간은 660ℓ가 기본이다. 뒷좌석을 다 접으면 1,725ℓ까지 늘릴 수 있다. 깊고 넓게 설계돼 차박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다. 수납공간은 보닛 안에도 작게 마련해 충전에 필요한 케이블 등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성능
동력 및 구동계는 두 개의 모터가 각각 앞·뒷바퀴를 굴리는 전자식 콰트로 시스템이다. 두 모터의 합산 최고출력은
360마력(265㎾, 부스트 모드 사용 시 408마력/300㎾), 최대토크는 57.2㎏·m(부스트 모드 사용 시 67.7㎏·m)다. 전기차
답게 최대토크는 가속 시 바로 터져 나온다. 2.6t의 공차중량을 갖췄지만 토크가 워낙 커 수치의 1.5배 이상으로 느껴진
다. 최고속도는 200㎞/h에 묶었다. 안전과 효율을 위해서다. 0→100㎞/h 가속은 6.6초(부스트 모드 5.7초)다. 주행 모
드는 오프로드, 올로드, 자동, 승차감, 효율, 다이내믹, 개별의 일곱 가지를 지원한다.
95㎾h 배터리를 얹은 e-트론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307㎞(도심 308㎞, 고속도로 306㎞)다. 그러나 정속
주행 시 서울 반포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쉬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그만큼 실제 주행 효율이 높다는 뜻
이다. 고효율은 회생 제동과 감속을 총괄하는 브레이크-바이-와이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물리적 조작이 아닌 전기
신호로 네 바퀴의 회생 제동을 제어해 90% 이상의 감속 상황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 브레이크 조작이나 회생 제동
은 워낙 자연스러워 모든 감각을 동원하더라도 기존 시스템과의 차이를 알 수 없다.
e-트론은 약 2시간 동안 92.2㎞를 달린 시승 코스에서 3.9㎞/㎾h의 효율을 보였다. 주행가능거리는 255㎞에서 실제
주행거리보다 적은 71㎞가 빠져 184㎞가 남았다. 고저차가 크고 굽이진 산길과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자주 오르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효율이라 볼 수 없다. 회생 제동을 더 강하게 하고 싶다면 스티어링 휠 뒤편에 준비한 패들시
프트로 조절(3단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e-트론의 인상 깊었던 점은 내연기관차와 거의 비슷한 승차감이다.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편안하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전기차 특유의 가벼움이 와닿지 않는다. 고속 주행 안정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몸놀림만큼
은 전기차 특성을 물려받았다. 묵직한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깔아놓고 앞뒤 무게 배분(51:49)을 최적화한 덕분이다. 무
게 중심이 껑충한 SUV와는 달리 세단보다 낮은 하중 이동이 가능해 운전 재미가 작지 않다. 타이어는 전기차용이 아닌
브리지스톤의 SUV용 알렌자를 끼워 코너링 한계를 높일 수 있다. 저마찰력의 전기차 타이어로는 운동성능과 승차감
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소음, 진동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으로 이뤄져 조용하고 강한 전기차의 장점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총평
e-트론을 통해 엿본 아우디의 전동화는 자연스럽다. 내연기관에 익숙한 소비자가 전동화를 접할 때의 낯섦이나 어색
함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생김새, 상품성, 주행 성능 모두가 그렇다. 기존 자동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융합했다는 점에
서 크로스오버의 정의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최소 수십 분간 충전해야 하는 사용자 환경만큼은 달라지
기 마련이다. 아우디는 소비자의 충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 30분간(150㎾) 80%까지 충전 가능하도록 급속
충전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것도 모자라다 싶은지 별도의 충전 인프라와 대리 충전 서비스로 불편함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가격은 1억1,700만원.
홍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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