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용차업체들 반도체로 생산 차질
국내 상용차업계 “아직 특별 영향 없다”
해외와 달리 트럭시장 회복세 더딘 탓
“사태 장기화 되면 낙관할 수 없어” 경계
올 초부터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국내 상용차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생산라인 모습.
지난해 2월 국내 상용차 생산거점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약 한 달간 가동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핵심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끊기면서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에 쓰이는 배선뭉치부품으로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현대차는 공장 ‘셧다운(shutdown)’이 일어난 기간 동안 1,000억 원 이상(트럭·버스 2,000여 대)의 매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올 초 이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차량용 반도체 칩이 부족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 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은 것이다. 승용차 시장에서 불거진 ‘반도체 대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시장으로까지 번졌다. 글로벌 상용차 제조업체인 볼보트럭은 2분기 중 각국 트럭 제조공장을 최대 4주간 중단하기로 했으며, 다임러트럭 북미는 오는 6월까지 반도체 공급현황에 맞춰 공장을 탄력 운영한다고 밝혔다. 만트럭버스와 스카니아를 포함하는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이 평년 대비 10만 대 수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글로벌 상용차업체가 반도체 부족 사태로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및 타타대우상용차 등 국내 완성상용차 업계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현재까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란 입장이다.
반도체 부족에 해외 트럭공장 셧다운
자동차용 반도체 칩 품귀현상은 올 초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반도체 수주량을 대폭 줄인 가운데 차량 판매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올해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화물 운송량과 운임이 증가해 트럭 수요가 급격히 오른 것도 이 같은 문제를 가속화했다.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 대부분을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용으로 전환한 상태로, 이들 회사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다시 집중한다 해도 공급 정상화까지 3~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자 지난 3월 볼보트럭은 올해 2분기 중 각국 트럭 제조공장을 2~4주간 가동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브라질에선 부품 문제와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한 차례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스웨덴 현지 언론들은 볼보트럭이 4주간 트럭 생산을 멈출 경우 2분기 매출 손실액을 36억 크로나(한화 약 4,708억 원)로 예상했다.
미국 상황도 좋지 않다. 다임러트럭 북미는 자회사인 프레이트라이너(Frei ghtliner)와 웨스턴스타(Western St ar)의 중형트럭 공장 2곳을 오는 6월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다른 북미 트럭 제조업체인 팩카(Paccar)는 반도체 부족문제로 1분기 차량 생산이 3,000대 가량 지연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와 커민스, 콘티넨탈도 반도체 칩을 공급받지 못해 전장부품과 변속기를 트럭업체에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기관 ACT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북미 대형트럭(클래스8) 일일 생산량은 927대로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 “현재로선 이상 없다”
차량 생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전 세계 상용차업계와 달리 반도체 수급 문제가 국내 상용차업계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상용차업체인 현대차와 타타대우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장을 멈출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셧다운을 반복 중인 해외 트럭 제조공장이나 국내 승용차 제조공장과 달리 부품 재고에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타타대우는 각각 전주공장과 군산공장에서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전장부품과 변속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반도체를 긴급 수혈해가며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국내 상용차 판매량이 급증할 경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완성차를 들여오는 수입산 상용차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입 업체 관계자는 “유럽 본사가 공장 셧다운을 논의 중인 건 맞지만 국내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진 않다.”며 “현재로선 올해 예정된 신차 출시 계획에도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산 상용차업체는 올해 신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지난 4일 풀체인지 라인업인 ‘뉴 MAN TG’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볼보트럭코리아와 벤츠트럭이 5월 중 각각 대형트럭 신형 라인업과 5세대 아록스 덤프트럭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스카니아코리아가 하반기에 준대형급 ‘P360(PRT-레인지)’, 큐로모터스가 2.5톤 엘프, 이베코코리아가 ‘S-WAY’와 ‘X-WAY’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용차업계가 반도체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건 해외와 비교해 트럭 시장의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지난해 트럭 생산량이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올해 들어 급격히 반등하면서 반도체 부품 재고 문제가 본격화한 데 반해 국내 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부품 문제도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장 규모가 해외보다 작다는 점도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그는 이어 “다만 국내 업체 모두 반도체 부품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가을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국산 업체도 악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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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기자 zzangtruck@cvinfo.com
출처 : 상용차신문(http://www.cv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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