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잡아 깐족거리기로 따지자면 국내 최강이라 해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선물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잘 알지 못한다'고 모르는 척하더랍니다.
어울리지 않게 신중 모드로 과묵해진 한동훈 장관은 “제가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에서도 상세한 보도가 안 나와서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는군요.
이봐요 한 장관, 인터넷 언론도 언론이예요. 주류 언론이 보도를 안하는 건 친윤언론이라 그런 거고, 보도를 못하는 건 압수수색 영장을 든 수사팀이 기자의 집과 언론사에 들이닥칠까 쫄아서 그런 거예요. 한겨레 등 몇몇 언론은 보도를 했는데, 김건희 명품백 선물을 보도한 언론은 언론이 아닙니까?
진중함이나 과묵함은 전혀 한동훈스럽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카톡을 수시로 주고 받던 사이이고 곤궁한 처지에 몰렸는데 남의 일처럼 모른 척해서야 되겠습니까. 좋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 뭐든 꼬투리를 잡아 방패막이의 충성을 보여야지요.
깐족 모드에서 딴청 모드로 태세를 전환하는 걸 보니 방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나보군요. 참 편리합니다. 어떤 건 뭐든 나올 때까지 파고 파는 인디언 기우제 수사를 하고, 어떤 건 망각을 기다리며 국민이 뭐라 해도 귀 막고 모른 척 딴청을 부리고. 그런다고 없는 죄가 발굴되고, 있는 죄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책임져야 할 업보만 늘어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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