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중, 남고(공고) 출신이고
중학교때는 남자는 공부 하는게 아니라는
개똥철학을 가진 동네 양아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대충
시간만 보내는 새끼로 살다 결국 집에서 버스타고
한시간 이상 걸리는 기초학력 미달인 인간들만 모이는
그런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중학교때 같이 놀던 양아치들중 일부도 당연히 같은 고등학교로
가게 되었고, 고등학교땐 중학교때 보단 좀 더 업그레이드된
달건이 비슷한 양야치로 살며 시간을 보냈다.
그땐 진짜 달건이 생활하는 선,후배들과 어울려 다녔지만
나는 '나중에 이런 새끼들 처럼 되진 말아야지' 생각하는
그 무리들 중에선 그나마 가장 인간다운 양아치였다.
고3때 그렇게 학교 제대로 안다니고 놀꺼면 취직해서
돈이나 벌라는 부모님 말에 일하기 싫어서 이제부터
공부 할거란 핑계로 학원을 다녔다.
덕분에 좋던 싫던 수능을 보게 되었고, 진짜 로또 1등의 확율로
운좋게 수능점수가 잘나와 좋은데는 아니지만 친구들 중
유일하게 대학도 가게 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도 없이 학교 다니던 양아치 새끼가
대학 입학 했다고 머리에 글자가 들어올 이유가 없으니
학교를 핑계로 일도 안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친구들 끼리 할짓없이
만든 술자리에 오랜만에 연락된 새끼가 하나 나왔는데 복장이
이상해 보였다.
당시에 나는 처음보는 옷인데 경찰 같기도 하고 그때 내눈엔 뭔가
높은 사람인것 같아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하자마자 군대를 지원해서 간 것이었고,
군대에 갔었기 때문에 그동안 연락이 안된 것이며
그 새끼가 간 군대가 해병대라는 것과 입고 있는 옷이 바로
해병대 '정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지금부터 A(가명)가 된다.
우리는 A에게 군대가면 뭐하는지, 훈련은 어떤거 받는지,
때리는지, 밥은 뭐 주는지, 별별 궁금한걸 다 물어 봤는데
A는 우리들에게 군대 가니까 배도 태워주고 비행기도
태워 준다고 얘길 해줬다.
더 놀라운건 이모든게 공짜라는것!
그때 선배중에 좆같은 새끼들이 많아서 군대가면 좆같은 놈은
없냐니까 그런 사람은 군대 못온다 하길래 그땐 진짜인줄 알았다.
-당시에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지금의 20살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살 이었다.
그렇게 술자리에 있던 친구들 모두 바로 해병대 지원 하자며
설쳐댔고, 다음날 오전에 병무청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빨리 군대를갈 생각으로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치다
오전에 병무청에 갔더니 B(가명)만 나와 있었다.
새끼들 그럴줄 알았다며 둘이 가자! 하면서 당당하게 지원했다.
나는 때가되면 군대를 가야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적없는
정말 생각없는 새끼 였는데 휴가나온 친구 A와 만나고 나선
마치 내인생의 판도라가 열린것 처럼 신기했다.
A가 복귀하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만나려 노력했고 궁금한거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나씩 알게 되었다.
그때 쯤 알게된 것이 대충 뭐냐면 내가 아는 군인은
육군뿐이 었는데, 해병대는 육군이 아니라는 것과 공군,
해군이라는 것도 있다는것.
공군으로 가면 높은사람(장교) 아니면
비행기만 닦다가 제대 할꺼라는 점과
해군은 배타고 배만 닦다가 제대 하는거고
육군은 하루종일 걷기만 하다가 제대 하는거라고
듣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해병대는 배타고 비행기도 타고 여름엔 수영도 하러
다닌다는 믿을수 없는 얘기에 정말 너무 빨리 가고 싶었고
설레고 모든게 즐거웠다.
며칠 지나고 해병대 면접 보러 가는날 같이 지원했던 B는 오지
않았고 나혼자 면접을 보게 되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신체 검사를 하고 A에게서 들은데로 쫄지않고 면접관이
묻는말에 맞던 틀리던 무조건 목소리만 크게 내었고 마지막으로
꼭 입대하고 싶다고 큰소리를 외치고 나왔다.
그리고 합격자 발표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A는 벌~ 써 휴가 복귀하고 없고,
면접 본지도 몇달 지난 시점이라 지원 사실도 잊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각 없이 살던 중 영장이 나왔다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게 된다.
집에가서 보니 영장은 영장인데 내가 그렇게 갈망하던
해병대 합격 통지서 였다.
입대일은 영장받고 일주일뒤 정도로 기억된다.
사실 그때 까지도 개념없는 나는 부모님께 지원 사실도 알리지
않고 있었다. 그날 부모님께 해병대 지원 했었고 일주일 후
입대한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었고, 군대 가는건 장난이 아니라는
것과 그런건 미리 부모와 상의를 했어야 하는거란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난 설레고 좋은걸 뭐...
부랴부랴 학교 휴학하고 입대전에 여자 하나라도 더 만날려고
매일 술먹고 돌아 다니다 하루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정신 차리니 포항가는 버스 안이었다.
아들 군대 간다고 포항까지 배웅 하겠다며
울면서 따라 나오시던 어머니를 혼자 갈거라며
군대 남들 다가는거 별거 있냐며 유별난거 싫다고
매몰차게 거절하고 혼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포항에 혼자 도착하니 모두들 부모님, 친구들이랑
함께왔는데 나만 혼자 온것 같고 괜히 쓸쓸해 졌지만
나 이제 비행기도 타본다는 병신같은 생각에 설레기만 할뿐이 었다.
2탄이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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