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에서 군인으로 재 탄생되는 그런 순간이 편할순 없겠지만,
처음 내가 생각했던 상황과는 다르게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갔기에 황당하고 어이없는 순간이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번다시 경험하지 못할 재미난 시절 이었고
요즘 티비에 '진짜사나이'가 방송 되는데 지금과는 많이 다른 그런 생활을 떠올리며 그시절로 돌아가 본다.
이곳에는 선배 해병님들 뿐 아니라 최근에 제대한 후임들도 있을 것이고
비슷한 시절에 군생활 했던 많은 사람들이 보고 다 같이 그시절을 한번 회상해 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해병대가 제일 빡세니 뭐니 나는 그때 고생 많이 했었다 또는 지금은 편한데 그때는 빡쎄게 했었다
뭐 그런걸 어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구나 자기가 처한 상황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게 사실이다.
훈련소 입소 둘째날엔 머리를 빡빡 밀어 준다.
입소전 장발을 하고왔건 미리 돌격형 머리를 하고왔건 아무 상관이 없다. 알아서 백구로 밀어준다.
훈련소에서 밥 먹을때는 DI에 구령에 맞춰
"식사~ 시작! 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해병 대원이 된다! 악! 감사히 먹겠습니다!" 이것이 구령이다.
DI들이 병사내에 대기하고있던 훈련병들에게 명령을 하달할땐 '가~~~악 소대들어!'라고 외치는데
글로 표현할순 없지만 뭔가 오싹한 그런 기운이 드는 발성이다. 아실분은 다 아실듯.
복명복창은 기본이고 이것이 생활화 되는데는 시간이 필요없다.
군대가서 확실히 안 것이지만 맞으면 다 된다. 이것은 진리다.
동기중에는 면접에서 세번이나 떨어졌지만 계속 재도전해서 온 친구도 있었고,
나이가 많은 동기는 당시에 27살짜리도 있었다.
그런거 상관 없고 그냥 동기는 동기일뿐 아무것도 필요 없다.
몸무게가 80키로 이상되는 동기들은 식사량을 조절해서 배식했고 6주간의 훈련소 기간이 끝날때쯤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지게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DI가 지나가면 '길비켜'를 외치며 길을 터줘야했고, 모여 있을때 간부(하사관이상)가 지나가면
'총원차렸 경례'를 외쳐야 했다.
단체로 목욕탕 갈때에는 탕안에는 뜨거워서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고 겨우 물이나 끼얻으며 이닦으며
머리나 감는게 고작 이었다. 샤워실은 밀폐된 공간이라 조금만 소리가 나도 울리고 시끄러운데 조금만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동작그만'이고 재수없으면 목욕탕 앞에 집합해서 얼차례를 받는게 목욕시간이다.
시간도 촉박하기 때문에 차라리 목욕시간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컷다.
편하게 목욕한건 수료식 전날 뿐인것 같다.
훈련소에서 공수, IBS, 유격 기초 훈련을 받는다.
그땐 그냥 지나가는 일과려니 했는데 거의 모든 인원들이 나중에 저 3개의 주특기 부대중 한군데 자연스레 배치 받게 된다.
보통 보병대대에 소총수로 배치 받는데 간혹 전차대대나 통신대대 등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운이 그렇게 좋지 않은 이상 소총수라 보면 된다.
훈련소가 제일 빡센줄 알았고 실무배치 받으면 편해질거라는 희망을 가진 우리 동기들은
어떻게든 참고 지내는 것이 할수있는 전부 였다.
그와중에 수색대 지원자를 받았다.
수색대에서 나온 간부들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키 174~176사이에서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했었던것 같다.
지원자가 몇명 나갔는데 키를 재보니 어떤놈이 키 178이었다.
그러니 간부가 '내말이 말같지 않냐면서 그녀석은 좆나게 두들겨 맞았다' 난 키가 182였으니 나갈 엄두도 못냈었고,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수색대에서 나온 간부 얼굴이 저승사자 같았기 때문이다.
훈련소 시절에 동기끼리는 대화 금지였다.
일례로 식당에서 줄지어 배식 받던 중 식판으로 앞에놈 빨리 가라고 밀다가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배식하던 DI에 걸려서 식당에있던 접이식 의자로 두들겨 맞고 피를 질질 흘리던 동기들도 있었다.
지옥주일때는 배식으로 햄버거가 나왔는데 평소의 절반 수준의 양만 먹고 있었을때라
배가 엄청 고파서 식당에서 나오다 잔밥통에 버려진 빵을 몰래 주워 먹다 걸려서 뒤지게 맞은 놈도 있다.
그 와중에도 누군지 모르는 빽이 있던놈은 다른데로 불려가서 통닭도 먹고 그랬었다.
물론 아는것도 없고 빽도 없은 나같은 경우는 그냥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어떤 훈련을 받으러 가던 쉬는 시간엔 매번 PT체조로 대기시간을 채운다.
타군에서 점오라고 하는게 해병대에선 순검이라 불린다. 뜻도 모르고 이유도 모른다 그냥 순검이다.
순검때는 차렷자세로 대기 하는데 눈 깜빡 거리는것 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눈을 깜빡였는지 안 깜빡였은지는 딱보면 안다. 눈을 안깜빡 거리면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눈물이 줄줄 흐르게 된다.
눈을 깜빡거린 훈병들은 딴거없다. 그냥 맞는거다.
자대 배치 받기전에 자격증(면허증등)을 가진거 있으면 적어서 내는 시간이 있는데,
그걸로 뭐하는지는 모르지만 주특기랑 근무지는 지원하는 의도와 상관없게 알아서 정해지고 발표되는것 같았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불만이 있어도 표현할 방법도 없었다.
수료식 전날엔 교관들이 정복을 다려준다.
해병대가 각이 나와야 한다면 밤새 돌아가며 옷에 줄을 잡아 주는데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다.
수료식이 끝나고 부모형제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교관들이 실무가서 열심히 하라고 그동안 수고 했다며
악수를 하는데 그때 손을잡고 악수할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였다.
그전에는 '목숨을 바치겠습니다'였다는데 언제부턴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로 바꼈다고 했다.
밤에는 교관들 헹가레도 하고 서로 웃으며 이야기 할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날은 각자 배치 받은 부대로 뿔뿔히 흩어 지는데 버스를 타고가는 동기들을 볼때마다.
'동기야 잘해라', '연락하자', '동기야 수고했다'등 온갖 인사를 다한다. 늦게 가는 인원들은
길에 양쪽으로 서서 군가를 부르며 해병대 박수를 치며 배웅을 한다. 왜인지 몰라도 그때 우는 새끼들이 많다.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고생했던 동기들이 차에타고 새로운 곳으로 팔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떠나는것 처럼
뭔가 많은 아쉬움이 남아서였을까? 여튼 그날은 무지 슬픈 날이다.
나는 훈련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부대로 배치 받았다. 바로 옆 연대로 배치 받았는데,
걸어서 이동했고 대기병들은 빈 내무실에 좆잡고 앉아 있는게 전부였다.
그러다 한명씩 부르면 따라 나갔는데 각자 배치받은 대대로 이동하고 그이후론 통 소식을 알수가 없다.
고참되면 다 만나게 된다.
그렇게 우리 동기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졌고 이제 진짜 해병이된 나는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하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 한다.
글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네.
울773기 동기녀석들한테
알려줬더니 진짜 글 잘쓴다고 난리도 아니고!!
힘내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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