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에 배치받고 동기들끼리 공내무실에 좆잡고 앉아 있는데
우린 서로 어디를 갈지, 누가 같이가게 되는지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무도 모르고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해병대 1사단엔 보병 연대가 3개있다.
2연대, 3연대, 7연대. 나머지는 공병대대, 전차대대, 수색대대등이
있었고, 보병연대 하나에는 3개 대대가 있고
각 대대에는 3개중대 + 화기중대가 있었다.
3개 대대에는 각각 공수, 기습특공(IBS), 유격대가 있었고
의무병과는 없어서 의무병은 해군에서 지원 나온 새끼가
담당하게 된다.
주특기 대대로 배치 받으면 주특기 훈련을 기본으로 나머지는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기초교육(2주정도) 로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공수대대로 가면 IBS나 유격은 일년에 두번 정도
기초 교육으로 받는다.
문제는 대기병들인데 당시에는 각부대 훈련인원이 부족할때
타대대에서 지원자를 받거나 대기병같은 잉여 인원들 보내서
인원수 채워 가지고 훈련을 실시 했던걸로 기억한다.
하필 내가 대기병으로 있을때 2대대 IBS훈련 하는데 인원이 없어서
딸려 들어갔다.
그때부터 제대로 꼬인 군생활이 시작 된 것이다.
우리 세명은 각기다른 조로 딸려들어 갔는데 말그대로 어디가도
최고 후임이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따라 다녔고
제대로된 복장(CS복)도 없고, 함상화(운동화)도 없이
같이 훈련 받았다.
누가 그랬었나. 훈련소가 젤 빡시다고....
훈련에 참가하니 끌려가 보니 훈련은 이미 며칠전에 시작된
상태였고 바닷가에 분대텐트인가 하는 커다란 텐트안에
인원들이 들어가서 먹고자고 하면서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하루죙일 페달링하고 모래바닥에서 PT하고 선착순하고
그러고 있었다.
낮엔 미칠듯이 덥고 밤에는 또 미칠듯이 추운 그런 5월중순이었다.
난 수영을 못해 제발 2대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고소공포증도 있으니 공수도 싫고
유격은 맨날 산에서 훈련받을거 같으니까
자대 배치받기 전에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유일한 소원이었다.
어느날 밤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곤 한참이나 시끄러웠는데
일부러 계속 자는척 하고 있었다. 누군가 내 침낭을 확벗기면서
안일어나느냐고 욕을 하는데 왠일인지 얼굴에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분대텐트가 비바람에 쓰러졌던 것이었다.
아 시발.... 팬티바람 으로 일어나서 텐트를 다시 치는데
정말 죽고싶은 생각 뿐이었다.
낮에 훈련받을때 입는 전투복이 하나라서 낮에 바닷물에 젖은
전투복은 벗어서 말려야 그나마 다음날 아침에 마른 전투복을
다시 입을 수 있기에 팬티만 입고 침낭을 덮고 자는 것이다.
가슴엔 라이프 자켓이라는 국방색 민무늬 구명조끼를 차고
머리엔 나까오리라고 하는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대기병들은 그냥 팔각모에 끈으로 턱끈을 만들어서 쓰고 다녔다.
모자가 날아가면 내 목숨도 날아간다.
그상태로 PT를 하면 정말 숨쉬기도 어렵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진짜 일분일초가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처음에 전투복은 두벌지급 받지만 하나는 훈련받을때 또 하나는
면회나 종교활동 같이 대외적인 일이 있을때만 꺼내 입는다.-
5월은 바다는 그렇게 차갑고 낮엔 더우며 밤엔 춥다.
IBS는 6명, 7명이 한조가 되는데 난 키때문에 맨 앞자리를
차지(?) 했다. 진수하면 페달링 제대로 안한다고
옆구리 쳐맞으면서 두시간씩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야 했고
엄핑덤핑인가 펌핑덤핑인가(보트뒤집기) 할때는
수영도 못하는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웠다.
몇시간씩 바다위에 떠있다 보면 바다가 검은색 비단을 깔아 놓은듯
눈에는 착시가 생겼고 보급받은 운동화는 얼마 되지도 않은것
같은데 너덜너덜해져서 거지 꼬라지 였다.
그중 뒤에서 보트 방향 조절하고 명령하는 팀장인가 하는 새끼는
신발도 뭔 고무신 같은거 신고 다녔는데 얼마나 부럽던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보니 슈트화였다.
그렇게 며칠 지나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기들 중 한명만 2대대에
남고 난 1대대로 이동한다고 훈련지를 떠났다.
그땐 한시라도 빨리 벗어날수 있음에 무척이나 기뻣고
아직 자대배치 못받아서 남아있던 동기새끼는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충혈된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것같은
모습이었지만 우린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나 가고나서 아마 그새끼도 바로 자기 대대로 불려갔을듯 하다.
자대 배치받고 연대에서 대대로 대대에서 중대로 끌려다니다
어느 소대 내무실에 딸려가서 앉아 있었다.
중대엔 근무자 외 아무도 없었고 여기서 뭘해야 하는지
왜 아무도 없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좆잡고 앉아있는
그순간은 정말 일분이 1년처럼 느껴졌었다.
얼마뒤 중대 인원들이 복귀하면서 중대가 시끌시끌해 졌는데,
내무실로 들어오는 사람들 얼굴엔 검은색 위장크림이
멋대로 발라져 있었고 수염이 덥수룩 하고 옷은
나보다 더 거지꼴로 군데군데 다떨어진채 흙투성이 전투화를
신은 사람새끼가 아닌 짐승새끼들이었다.
나보고 '아쎄이'냐고 묻는데 무슨말인지
난 그냥'이병 누구누구' 라고 소리 지르는것 외엔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왜 이제 왔냐고 신고 하라는데 앞에 나가서
'필승 이병 누구누구는 몇년 몇월 며칠 부로 ..'하던중
아구창이 한번 날아가고 주저 앉았다가 다시 일어섰는데
신고 하면서 사투리썼다는게 내가 아구창을 맞은 이유 였다.
난 경상도 놈이라 억양이 어떻게 안되었기 때문인데 좆같은건
내무실(같은분대) 사람중 거의 대부분이 서울 경기도 출신 이었다.
이상하게도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에 신고만 대충
다섯번 했는데 나중엔 신고 하지말라해서
결국 다섯번째는 끌려나가서 맞았다.
이병들은 말하지 못하고 군기는 일병 말호봉이 잡는다.
상병 오호봉이 되면 각종 잡일에서 벗어나고
PX출입이 가능해 진다. 병장이되면 군생활은 정말 편해진다.
그러면 뭘하나 난 이제 시작인데...
각종 암기사항, 중대 기수별 이름 얼굴, 인수인계 사항들은
취침시간 이후 일병 말호봉 선임을 따라가서 두드려 맞으면서
배운다. 훈련소에서 못배웠던 싸가(?)라느것도 배우고 외울것
투성이 인데 이게 잘못되면 줄빠따가 찾아온다.
줄빠따는 집함 시키는 선임 밑으로 모든 후임들이 다 집합 하는데
기수별로 엎드려서 오파운드(곡괭이자루)로 돌아가면서
빳다 맞는 것이다. 처음엔 나때문에 선임들 집합 당할까봐
좆나 긴장했는데, 실수도 한두번 하다보니 줄빠따는 생활화
되어가고 나중에 보니까 나때문이 아니라 선임이 잘못해도
나까지 다맞는 그런 좆나 민주주의 적인 시스템이었다.
분대끼리 모여 맞을때도 있고 집합 시키는 선임 기분에 따라
짭밥에 따라 중대인원이 집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대형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오파운드는 자취를 감추고
그냥 나무 몽둥이나 심지어 야삽 같은걸로 맞은 기억도 있다.
병기(총) 닦다가 개머리 판으로 모가지 맞는건 다반사 였고,
물뜨는 말통으로 싸대기 맞은적도 있다.
전투화 닦다가 쇠부러쉬(해병대는 세무워카 이기때문에 워커를
쇠부러쉬로 닦는다)로 맞은적이 있는데 아픈건 둘째치고
머리에 맞으면 피가 많이 나서 걸릴까봐 안절부절 못했던 적도 있다.
머리에서 나는 피는 땀처럼 송글송글 맺혔다가 모이면 주르륵
떨어 지는데 다른데 생기는 상처보다는 좀 빨리 멈추는듯 했다.
뭐 주먹부터 시작해서 손으로 들수 있는걸로는 다 맞아 본듯...
오파운드가 사라진 계기는 각 중대, 대대별로 연달아 터진
구타사고 때문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큰 사건중
하나는 어떤놈이 봉화직염으로 의무대대를 갔는데 검사해 보니
엉덩이부터 온몸에 퍼져 온몸의 70%정도 번져서 손쓸수 없다고
판단되서 조사가 시작 되었는데 얼마전 빳다를 맞고 그런것 같다고
불어 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때린 사람이 같은 병이 아니라 중대
선임하사였나? 어쨎든 하사도 중사도 아닌 상사였다고 한다.
그중대(대대?) 줄줄이 영창 가면서 오파운드는 사라졌다.
그와중에 또한번의 큰 사건이 터지는데
진급 신고식하다가 한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이병에서 일병으로 일병에서 상병으로 상병에서 병장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동 진급 되지만 진급할때 마다 신고식이라는게
있는데 부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병장 신고식이
가장 빡세다는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옆 중대에 병장 신고식을 하는데 보통 맥주 소주 섞은데다가 침뱉고
발담그고 뭐 더러운거 막 넣어서 먹이는 수준인데 그때당시
병장 신고식 할때 군대에서 지급되는 바르는 모기약을 넣어서
그거 먹고 쓰러 졌는데 의무대대로 옮겨서 위세척하고
뭐 별짓 다했으나 죽었다고 한다.
그런일이 연달아 터지고 상병들 대부분 줄지어 영창가고
군기교육대 가고 부대 상황이 난리도 아니었다.
그럴수록 병들끼리 있는 시간 줄인다고 순검시간은 늘어나고
순검이 끝나고도 하루건너 하루씩 연병장에 집합 당하는 일이
허다했다. 거기다 플러스 나는 803기이다.
700자 선임들만 생활하다 어느순간 800기 801기 이렇게 800자
후임들이 들어오고 이런 사건이 터지니까 800자들 기합 빠져서
해병대가 좆같이 흘러간다면서 800자들은 정말
수없이 집합 당했고 어디가서도 쳐맞아야 했고
사건사고가 터질때마다 800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중 우리중대 제일 악질은 799기 선임이 하나 있었는데
시간만 나면 밑으로 집합 시켜서 갈구곤 했다.
보통 손바닥으로 싸대기만 때렸는데 그게 더 기분 나빴다.
얼마후 몸이 안좋아서 다른 부대로 전출 간다는 소식을 남기고
사라졌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친척중에 빽이 있어서
다른데로 빠진거 였다. 어디로 갔는진 모르지만 편한데로 갔겠지 하고 잊었다. 기억해봐야 할수있는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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