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본 정부에서 3종의 품목에 대하여 수출 규제(정확히는 서류 심사 강화죠)를 시행하며 조만간 화이트 리스트에서도 제외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3종의 품목도 알기로는 화학물이고 위험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에서 수출규제 품목 중 대부분이 화학과 관련되어 있는 제품들 입니다. 이렇게 규제가 심해서 어떤 기업이 그 업종으로 들어갈까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 봅니다. 이제 썰이 시작 됩니다. 뭐.. 글이 기니깐 흥미가 없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 하셔도 됩니다.
때는 작년(2018년) 1월부터 입니다. 아는 지인 분을 통해 회사를 만들고 화학공장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있어 대표이사로 들어 갔습니다. 사업자등록은 진작에 나와 있고 이제 벤처기업 신청하러 기술보증기금에 갑니다. 아주 친절합니다. 신청절차, 기술사업화계획서 작성 요령 등에 대해 상세히 상담해주셨습니다. 신청 후 열흘도 안되어 보증서, 은행대출, 벤처기업 등록이 일사천리로 됩니다. (대출액은 거의 20억 가량)
자 이제 망할뻔할 썰이 들어갑니다.
2월에 D광역시에 화학 업종으로 공장부지를 신청하러 상담하니 더 이상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1차 당황 입니다. 아니 이 넓은 땅에 왜 공장 부지 허가가 안나지?? 화학 업종이라서 그렇답니다. 일단 물러나서 다른 시군 지역을 찾습니다.
K시 산업단지에 허가가 난다고 하는데 물류비 등을 고려해보니 도저히 수지 타산이 나지 않아 일단 포기 합니다. 2차 당황입니다.
2월말? 아마 3월 초에 인근 G시로 산업단지가 있다고 하여 G시청에 상담하러 갑니다. G시 산업단지에는 화학 업종으로 고시되지 않아 공무원 담당자분도 화학 업종을 난감해 합니다. 그래도 일단 기다려 보라 합니다. 약 일주일 후에 연락이 옵니다. '입주가 가능하다. 단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약 1개월 반이 소요될 것인데 그래도 최대한 땡겨보자.'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대출금 이자가 그대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4월 말에 연락이 옵니다. 업종 변경도 되었고, 환경영향평가도 통과됐으니 진행해보자. 이제 그냥 감사합니다.
4월말 구두 허가가 시청 환경과로 넘어 갔는데 5월 말 한달이 걸립니다. 하아~ 대출받을 때 혹시나 몰라 6개월 거취 후 원금 상환으로 해놨음에도 죽겠습니다.
5월 말? 6월 초 부터 건축이 들어갑니다. 사옥 및 공장을 짓기 시작합니다. 대략 3달 걸렸으니깐 10월 초 쯤 됩니다. 뭐... 그 사이에 대출금과 이자는 꾸준히 나갑니다. 공장 짓는 중간이었으니깐 8월말? 9월 초쯤 됐을 겁니다. 이때부터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화학공장에 사용하는 원료 중에 몇 가지가 "유해화학물질"과 "위험물"이 있습니다. (뭐.. 화학물질 특성상 유해화학물질 and 위험물도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판매하면 특히 사용하거나 제조할 경우에는 장외영향평가를 30일 전에 영업허가를 받아 한다고 합니다.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위해 OO유역환경청에 신청하러 갑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십니다. 단지 화학물질OO원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3차로 당황합니다.
화학OO안전원에 갑니다. 사용한 자재에 대한 스펙, 도면, 자재의 보증서, 타법과의 관계 등 서류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도저히 못할 듯 해서 컨설팅 회사에 맡깁니다. 위 서류를 작성하고 도면 확인하고 제대로 갖춰서 1월인가 화학물질안전원에 제출합니다.
엥?? 모든 서류를 제출하니 OO공단에서 설치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언제 나오냐니깐 밀려 있어서 정확한 날짜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자~ 아무 것도 못하고 1년이 그냥 지나 갑니다. 또 대출금과 이자는 꾸준히 나갑니다. 이제는 지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허가 기관 어디에서인지 전화가 옵니다. 니네 쓰는 화학물 중에 위험물이 있네?? 그러면 소방관서 가서 위험물 저장소 허가를 받아와 그럽니다. 4차로 당황합니다. 또 도면을 제출하고 어쩌고 저쩌구 어려워서 또 컨설팅 회사에 맡겨 한달이 흘러 갑니다. 그게 2월말인가 그럽니다.
드디어 3월초 인지 OO공단에서 설치 검사가 나옵니다.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만약 허가가 안나면 또 몇 개월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 입니다. 다행히 별 문제 없이 3월 중순 쯤 통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생산을 해도 되나 싶었는데 아직 안된다고 합니다. 화학물질OO원에서 최종 검토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4월말이 되어도 드디어 서류 제출하라고 하고 그걸 그대로 또 OO유역환경청에 가져가야 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5월 초에 허가가 나왔습니다. 1년하고도 4개월 걸렸습니다. 참고로 회사는 얼마되지 않아 제일 큰 바인더로 한 세트가 나오는데 다른 회사들 보니깐 서류 뭉탱이가 우유 박스 하나 이상을 허가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화학 공장 만들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 사이 대출금과 이자는 계속 나갑니다. 영업허가가 안나니 매출을 해서 자금을 확보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처럼 망할 뻔한 썰이라고 한거고 지금 생각해보면 신용 불량자가 안된게 다행입니다. 이제는 대표이사 사임도 했고 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요약
1. 화학 업종으로 허가 나는 지역이 별로 없음
2. 화학 공장 만들려면 허가 기간만 대략 1년 이상
2-1. 공장 부지 허가
2-2. 화관법 화평법 허가
2-3. 위험물 저장소 허가
2-4. 기타 환경부 및 지방 자치 단체 허가
3. 내 자본이 아닌 이상 대출 받아서 하게 되면 신용불량자 각
4. 대통령이 선허가 후규제는 정작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약빨이 안멕혀 있는 상황
부지부터 확보하고 기반시설이니 창고니 장비부터 공장까지 최소한의 일사천리로 진행되어도 기본 시간이 있는데....
기존의 사업자가 확장하는 것이라도 여유가 있어야지 6개월뒤 부터 원리금 분할대출상환 이라니?
세무비용 뽑을 수 있는데도..
투자하고 공장 돌아가고 원금 뽑을려면 기본 기간이 최소 2년 이후 부터인 것인데 대박아이템이었나보네요
대단하십니다.
안전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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