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와 안철수신당>
요즘 어린 친구들은 아이리버가 뭔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마 3,40대는 추억이 남는 브랜드 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내놓기 전까지는 세계적인 MP3 브랜드로 한 시대를 풍미한 브랜드니까.
하지만 지금의 아이리버는 MP3 제조회사라기 보다는 디자인 생활용품을 만드는 잡화제조업체로 그 면모를 바꾸었다. 손난로에서 칫솔 살균기, 손 선풍기 등등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 변모했다. '아이리버 = MP3' 라는 공식이 박혀 있었음에도, MP3시장이 사라지고 회사가 망하게 되자 남는 것은 '아이리버'라는 브랜드 밖에 없었고, 이를 다른 회사가 사서 그 이름만이라도 이용하는 것이다. 마치 호랑이가 죽어 그용맹함은 사라졌지만 가죽이라도 사용하는 것처럼. 원래 MP3를 만들던 아이리버는 비록 망했지만, 잘나가는 동안 '아이리버'라는 이름에 투자한 광고비는 그냥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까웠을 것이고, 그 가치를 인정해준 이에 의해 원래의 아이덴티티는 잃어버렸지만 그 브랜드 자체는 살아남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예는 아이리버 외에도 무수히 많다.
'안철수' 브랜드 또한 지난 대선, 총선으로 그냥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 시절, 어울리지도 않게 무릎팍도사에 출연시키지를 않나, 도덕 교과서에 올린다지를 않나, 전국 순회 청춘 콘서트를 열지 않나, 심지어 카이스트 교수, 서울대학원 교수 까지 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투자비는 실로 어마어마 했는데 그대로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당명이 '안철수 신당'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본다. 비록 칫솔 살균기를 만들지만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를 쓰면 몇 개 더 팔릴 수 있는 것처럼, '안철수'라는 브랜드를 쓰면 다만 몇 석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안철수는 죽지도 않고 이름을 먼저 남기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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