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 커지는 반도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정보기술(IT) 공룡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여파로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메모리(D램 등)를 포함한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15일부터는 미국 정부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 수 있는데,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이 승인 신청을 하기가 조심스러울뿐더러 승인도 쉽게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5대 매출처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핵심 고객사로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 업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제재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달 17일 이전에 생산됐거나 생산 중이었던 반도체에 한해 오는 14일까지만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7일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는 사전 승인 없이는 화웨이에 원칙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화된 제재안을 내놓고, 이 제재가 이달 15일부터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기술·장비·소프트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뚜렷하게 확인이 이뤄지지 못했다. 15일부터는 미국 정부 승인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한데, 국내 기업이 승인을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화웨이를 고립시키기 위해 이토록 강력한 제재를 펼치고 있는데, 거래를 승인해줄지부터 미지수이고 승인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변수"라며 "거래 승인을 신청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지난달 17일 이후 화웨이 물량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 특성상 메모리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웨이퍼 투입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웨이퍼는 투입하면서 대체 구매처를 물색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3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 관련 매출액이 전체의 11.4%인 약 3조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D램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 경영진도 최근 현지 투자회사 콘퍼런스에서 14일 이후부터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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