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월 22일 - 미얀마 일정 6일차
영상을 포함한 모든 촬영물은
기사님과 차장님의 동의를 구한 후 촬영되었습니다.
다음날 저와 유명하신 그 분은
두 개의 노선을 갈라서 시승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서울출신의 RB520을 시승하기 위해
쨔야카미 행을 결심하게 됩니다.(3년만에 다시)
오전 07시에 오기로 되어있던 버스가 생각보다 늦자
타는 방향을 틀렸거나 늦게 온게 아닌가 초조하던 상황에서
15분이 지나서야 털레털레 다가오는 차가
저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
장시간 운전이 힘들다는걸 알기에
크레커와 음료를 미리 준비해뒀다가
차비와 함께 건내드리고 대망의 시승길에 오르는데...
차고지에서 터미널로 오는 동안
손님들을 태워오느라 시간이 지연되었나 봅니다.
보시는 것처럼 차내 가운데에 짐을 수송했으며,
버스가 이동을 멈출때마다 차장님께서 앞문과
뒷문을 수시로 오가며 승객들의 승하차를 유도하고
운임을 받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타고 이동한 버스의 대략적인 경로입니다.
파안으로 가는 부산 출신 차량보다 더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승용차로는 1시간 45분이라 하지만
버스는 노구인 점(?), 승/하차에 따른 지연시간 등을
추가해 2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그것도 차량이 퍼지지 않으면 정시대로지, 중간에 퍼져서
수리하고 다시 출발하고 하면 한편도가 4시간이 걸릴수도 있습니다.
때 마침 뒷자리 하나가 남았기에 망정이지
서서갔다면 1시간 이상을 서서 이동했을 것입니다.
상부의 패널들이 내려오기 시작하고
하부에는 기름냄시가 진동해도 내구성이 강한 우리 RB520은
가래끓는 소리를 내며 잘도 달렸습니다.
오전시간대는 기온이 높은편도 아니라
차가 퍼질 염려는 없었지만
이동중에 연장들고 자가 정비하시는 차장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큰 도로에서 버스가 빠져나오니
많은 승객들이 물 흐르듯 하차하기 시작했는데요
구글 지도를 수시로 켜 보면서 종점에 다다랐음을 실감합니다.
3년만에 다시 찾은 쨔야카미 종점!!
그리고 또다른 파트너, 서울 출신 RB520입니다!
RB520 : 현대자동차가 1984년 03월에 시판한 리어엔진 버스로
대우자동차의 BF101의 아성을 무너뜨린 장본인이기도하다.
초창기 엔진은 MAN D0846HM-V이었으나 85년 12월 이후
미쓰비시 후소의 D6BR엔진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1991년 02월, 후속인 에어로시티의 시판으로 단종되었다.
위에서 아래를 올려보고 내려보면서
순정 유지를 위해 고생하셨을 회사 관계자님들을 떠올립니다.
서울에서는 2000년에 영업용이 사라져
버덕 생활하면서 두번 다시 못볼 차량을,
못다 한 숙제를 이렇게 마무리 짓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프론트, 리어 부분의 모든 라이트들은
비록 순정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고증에 맞춰서 교체해오셨습니다.
좌측의 ㄱ자 그릴 흔적이나
우측의 노선번호 가 들어가는 채선판 위치까지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패찰에서 잠시 주목하면
좌측 85.12.04로 써 있는 곳이
85년 12월 04일 부터의 엔진 형식을 의미합니다.
이때부터는 D6BR 엔진이었으니
만엔진을 달았던 완전 초기형이라 할 수는 없지만
우측 차대번호의 마지막 단락, 000150의 숫자는
D6BR엔진 형식으로 부터 150번째 생산된 모델을 의미합니다.
대략 짐작하자면 이 차는 86년도에 생산된
차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33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외부, 내부까지 순정을 유지하려했던 점에서
어떤 부분을 보아도 감탄사만 절로 나올 따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애저녁에 씨가 말라 더 이상 볼 수 없는
동글동글한 형태의 스티어링 휠을
미얀마에서 벌써 3대째나 목격하였습니다.
도어 개폐 스위치도 안녕하시네요 ^^
내부에서 출입문을 닫고
찍어보았습니다.
운행중엔 절대 닫을 수 없는 문짝!
이젠 자동문이 아닌 수동문이 되어 아쉽지만
형태 보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내모습입니다.
역시 그렇듯 많은 승객을 수송해야하기에
시트는 출신이 불분명한 2인 시트를 떼어다가 장착했습니다.
아직 한글이 남아있습니다!
외부 하차문 옆에 붙여있어야할 판넬이
안쪽에 들어왔네요 ^^
여기가 제가 앉은 자리
가운데 갈라진 틈위에 앉아서 위태위태하게
시승을 마쳤지요.
차장님이 연장들고 운행중에도 수리하셨던 그곳..
그래서 이 바닥판은 언제든 열기 쉽게 설계되었습니다.
맨 앞 보신것처럼 짐을 수송하기 위해 중간부분은
시트를 거의 장착하지 않고 공간을 넓게 활용했습니다.
외부에서 다시 보는 서울 출신 RB의 모습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지난 3년 사이에 사진 찍는 방식이 많이 달라져서
원하는 구도로 이리 찍고 저리 찍어봅니다.
이렇게 못 다 이룬 숙제를 마치고. . .
이 지역에서 택시 기사님으로 일하시는 분도 찍어드리고
(사진에 관대하셔서 포즈도 잘 잡아주셨습니다.)
제가 덕질하던 사이에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신 차장님과
기사님은 곧장 이동 준비를 하셨습니다. 3년 전이랑 다르게
쨔아카미 종점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중간에 승객들도 태우시길래
이제 다시 모올메인으로 돌아가는줄 알았습니다.
앞 좌석에서 바라본 차내 모습 부터
저 쇠창틀을 손으로 만져 보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마지막으로 느낀 감성을
나이 서른이 되어서 다시 느껴봅니다.
그런데
잘 가나 싶더니 느닷없이
바닷가 관광지로 왔네요???
여기서 한시간 20분을 쉬어가신다고 하신 ㄷㄷㄷㄷ
승객들도 군말없이 내려서 관광을 즐기기 시작하는데. . .
이에 놓칠세라
저도 최대한 다른 모습의 RB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실내에는 기사님과 차장님이 주무시는 관계로
여기서부터는 외부 모습만 담았습니다.
저 깨알같은 후소마크는 뜯어 버리고 싶네요
휴식 시간이 지나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중에
스님들이 오셔서 앉아있던 앞 좌석을 양보해드렸습니다.
요즘은 잘 안 그런다는데 3년전만해도
버스 앞좌석은 스님이 우선이었던 문화가 있었기에...
뒷 좌석에서 한가롭게 졸면서 모올메인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사진인데
이렇게 핀이 나가버려서 아쉽네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저의 RB520 시승은 그렇게 끝이났습니다.
(함께 동행해 주신 기사님과 차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모올메인에는 이제 두대의 RB520 시내버스가 존재합니다.
이들이 폐차 되어 없어지기 전에 한번 더 시승을 하던,
아예 사와서 복원 작업을 하던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은 언제나 마음속에선 굴뚝 같기만 합니다.
한편
함께 동행하신 유명하신 분은
모올메인에 하루 더 남아 오늘 제가 탄
이 버스를 시승하기로 결정했고,
저는 양곤으로 돌아가 수박 겉 핥기로 봐왔던
엘레강스들을 잡으러 이동하게 됩니다.
양곤으로 이동하기전에
모올메인의 버스 라인업은 변한게 없나 살펴봤습니다.
아마 제가 다시 이곳으로 온다면
다음은 저 차를 시승할거 같습니다.
(경주) 새천년미소 출신이지만
스티킹은 서울교통네트웤꺼를 붙여다 놓은 차량입니다.
20:00에 양곤으로 올라가는 버스
전날 봤을때는 LS겠지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알고보니
높이는 하이데커급에 놀라고
선반 모양을 보니 과거 우등사양이었던
에어로 퀸이 맞습니다.
어디서 온거니 ㅡ.ㅜ;;
VIP버스고 뭐고 다 때려치고
이걸 시승하고 싶었던. . .
한편 터줏대감들이던 RB들이 빠지고
점차 에어로 타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한 때 수원시의 마을버스였지만
지금은 시외버스로 승진한 녀석입니다.
(장성군) 장성군민운수 출신
3년 사이에 도색을 바꿔놨네요
3500호란 남바는 장성군민운수에선 없었고,
그 전에 포천 지역에서 활약하다
중고차로 남도에 내려왔던
역사 깊은 친구입니다.
에어컨 송풍구에서
뜨신 바람 나오던 친구...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모올메인에서의 촬영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전 편에 소개드리지 못한 경로를
지금보여드립니다.
이 경로는
양곤에서 모올메인간 시외버스 루트를
대략적으로 표시한건데요
290킬로미터지만 변변한 고속도로 시설이 아닌
국도 수준이라 우리나라 서울 - 대구 이동하는 시간보다
2배에 가까운 소요시간을 자랑합니다.
어쨌든 이 어마무시한 거리를
반대로 다시 이동하면서...
이 집 국수는 언제나 진리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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