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부터 눈팅만 하고 가입한지도 얼마 안됐지만 차에관한 추억거리가 있어서 한번 써봤습니다. 미국서 유학당시 2008년 여름에 1997년식 Chevy Cavalier 2 door 19만 마일 탄 차를 1400불 주고 사서 23만마일까지 탄거로 기억합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주 내용은 반말체이므로 양해 바랍니다.
1. 브레이크 고장
워싱턴 디씨에서 알바할때 사장님 집에 모셔다 드리고 밥먹고 난 후에 집에 가려는데 브레이크 페달이 훅 들어감. 유압이 전혀 안느껴짐. 시속 15킬로로 기어가 한시간 넘게 걸려 집에 도착. 밤이라 차가 없어서 망정이지 느리게 가는대도 제동거리 100미터 이상 둠. 그냥 내가 땅에다 발로 제동거는게 빠를 정도. 신호 걸릴때 등 급할때 핸드브레이크로 천천히 제동. 다행이 완전 내리막은 없었음.
다음날 카센터 갔는데 정비사 아저씨가 차 들어올려 살펴봄. 내 얼굴 함 보고 앞 바퀴쪽 보고 내얼굴 또 보고 바퀴쪽 보더니 다시 얼굴 보게되서 다행이다 함. 브레이크 패드에 연결된 호스가 삭아서 떨어짐. 앞바퀴 두짝 호스 다 갈음. 하이웨이에서 브레이크 안들었으면 어쩔.
2. 에어컨
버지니아 여름은 엄청 덥고 습함. 하이웨이에서 정체되면 차와 함께 구워지고 도로엔 한여름인데 아지랑이 만발함. 그 와중에 에어컨도 없는 까만 차를 2년 정도 타고 3번 여름 지냄. 미국에 있으면서 숯가마 찜질방 생각이 많이 났는데 이차 덕분에 향수병 치료함. 근데 너무 더웠는지 룸미러 접착제가 녹아서 떨어짐. 양면테이프, 본드로 붙이고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서 타고 댕김. 참고로 유리문은 수동. 열심히 팔근육 키우면 자동보다 빠른 속도로 조절 가능.
3. 후면 중앙 브레이크등
테일 브레이크등을 제외하고 실내에 뒷좌석 후면 트렁크 위 상단 중앙에 네모난 브레이크 등있음. 뒷좌석 상단이 마감재로 브레이크 등까지 덮혀 있었는데 이게 오래되서 벌레 좀먹은 것쳐럼 삭음. 등을 감싸는 플라스틱 재질도 벌어져서 틈이 생김.
문제는 밤에 브레이크 밟으면 차안이 정육점 불빛같이 빨개짐. 어느정도냐면 하이빔 튜닝 이빠이한 뒷차가 계속 쏘는데 이게 새빨간 불빛임. 게다가 뒷차가 아니라 차 안 운전자 바로 뒤에서 쏨. 룸메이트가 작은 택배상자를 붙이고 오려서 가려줌.
4. 운전석 열쇠구멍
비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친구들이랑 모여서 놀기 위해 일마치고 하이웨이 탐. 비가 엄청 왔는데 당연히 도로 미끄러움. 출구로 나가는데 비오는 와중에 과속해서 제동이 잘 안되고 꺽기는 해야 되기에 졸지에 드리프트함. 급커브 사인(노랑, 검정 섞인 화살표) 세개를 연달아 운전적 문에 박고 다시 정주행함.
단일차선 출구도로였는데 비오는날 밤중에 한인 유학생이 멈춰서 홀로 사고지점을 두리번 거리기에는 위험한 미국이라서 놀란가슴 쓸어안고 다리 후달거리면서 운전해서 목적지 도착.
도착해서 차를 살펴보니 운전석 문짝이 안으로 찌그러고 열쇠구멍이 사라짐. 문은 안에서 잠글수 있었음. 뭐 한동안 조수석 열어서 운전석 열고 타기를 반복함. 어느날 열쇠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어보니 ㄱ자로 된 철사가 느껴져 당기니까 차문 열림. 나중엔 자동인식이나 리모콘으로 못따라오는 속도로 차문을 여는 경지에 오름. 당연히 키를 찾으려 가방뒤지고 주머니 뒤져서 열쇠찾는 수고로움이 없어짐.
후에 낮에 사고지점에 가보니 급경사 언덕이었음. 오바해서 말하자면 몇십센티만 더 미끌어졌어도 나는 여기 없음.
5. 제네레이터(발전기)
갑자기 신호등에서 차가 섬. 미국인 아줌마가 점프 도와줬는데 안됨. 친구 불러서 점프했는데 좀 오래 두니까 시동걸림. 그러다 2~300미터 못가서 다시 섬. 그렇게 네다섯번을 해서 겨우 교차로 앞두고 카센터에 도착하기전까지 감. 그차로엔 신호등이 없음. 카센터까지 마지막 주행을 앞두고 점프중인데 그 교차로에 좌회전 기다리던 차를 누가 뒤에서 쎄게 박음. 눈으로 목격한 사고를 보고 이거 중간에 시동 꺼지면 안되겠다 싶어서 친구 세명과 시뮬레이션으로 리허설함. 그 교차로 전 양쪽 신호 주기를 분석한 후 한명은 교차로에서 신호주고, 다른 한명은 점프선을 신속하게 제거한 후 무사히 교차로 건넘.
카센터 가니 배터리 갈고 제네레이터 갈아야 하는데 공임비 합해서 얼추 400달러 불렀던것 같음. 가난한 유학생임을 알아채고는 정비사가 요옆에 좀만 가면 Autozone이 있으니 부품을 사와라 그럼 내가 160만 받을게라고 함.
룸메이트가 나보고 이거 자기가 할수 있을것 같다함. 그당시 2010년도 였는데 유투브 보고 함 해보자 함. 차를 다시 끌고 근처 베스트웨스턴 3성 호텔 주차장에 주차한 후 부품 구해옴. 2~3시간? 걸려서 유투브보면서 배터리랑 제네레이터 가는데 성공함. 근데 배터리가 새거였는지 시동이 안걸림. 점프해주던 친구는 이미 가버린 후였고 도와주느라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룸메를 위해 용기내어 사람들에게 부탁하려고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사람들이 안다님. 좌절하고 고개를 들어 올리니 객실에서 백인 커플이 손짓으로 너 점프 필요하냐 사인 보내서 온몸으로 화답함. 근육빵빵 남친이 내려와서 핫휠 장남감에서 볼법한 새빨간 차체에 불꽃이 그려진 트럭끌고 오는데 간지뿜뿜임.
자기들 객실에서 우리가 유툽보면서 차고치는 걸 다 구경했다함. 동양인 두명이 주차장서 부품 내려놓고 차를 막 분해했으니 신기했을거라 생각함. 덕분에 내 애마는 수명이 늘어남.
6. 키박스
어느날 시동키려고 키를 꼽고 돌렸는데 on으로 안돌아감. 핸들을 돌리면서 열쇠를 돌리기를 수백번해야 어쩌다가 열쇠가 넘어가는데 이 작업만 30분 이상 걸림. 키박스가 망가진건데 문제는 방전때문에 키를 계속 꽂아 둘수가 없음. 일마치고 집에오면 다음날을 위해 키를 Lock과 ACC 사이에 걸리지 않게 미세한 컨트롤로 차 전원이 켜지지 않는 지점에 세팅해야 함. 안그러면 다음날 필요할때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운이 좋아야 30분이지 길면 한시간도 걸림. 하지만 습관이 무서운거임. 일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빨리 들어갈 생각에 무심코 열쇠를 빼는 일이 허다했고 등신아를 외치며 다시 키 세팅하는데 열일함.
후에 인간은 잠재력이 무궁하다는 걸 깨달음. 처음엔 시동을 걸기 위해 도둑들 영화에 금고 터는 것처럼 온 신경을 집중해서 키를 돌렸는데 이걸 반복하고 나니 한큐에 열쇠를 돌리고 시동을 거는 경지에 다다름. 이는 반강제적 생체공학적인 잠금장치로 키가 있어도 차주인 외에는 시동을 못거는 차로 거듭나게 됨.
못난 주인 만나 고생많이한 제차가 생각나서 한번 써봤습니다. 이 외에도 몇가지 더 있던거 같은데 생각이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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