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회부 조은정·김효은 기자]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2,30대 청년 구직자들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택배 배송 사원으로 취업시켜준다고 유혹해 저렴한 중고차를 고가에 팔아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로 박모(38) 씨를 구속하고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3월 정모(27) 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다 인터넷 구직광고 사이트에서 유명 홈쇼핑 화물운송 사원 모집광고를 보게 됐다.
"순수 월 수입 200-250만 원 보장"이라는 광고에 혹한 정 씨는 업체에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본 뒤 운송회사에 취직했다.
이 회사측에서는 "영업을 하려면 차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돈이 없으면 제 2금융권에서 할부로 알선해주겠다"고 설득시킨 뒤 시가 3백만 원의 중고 화물차를 2천여만 원에 팔았다.
하지만 취업의 기쁨도 잠시, 한달에 최소 2백만 원을 보장한다던 업체의 말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운송할 물량이 거의 없어 백만 원도 벌지 못해 수천만 원의 부채만 떠앉은 채 일을 그만둬야 했던 것.
정 씨는 무용지물이 된 화물차를 되팔고 싶었지만 차가 회사 명의로 돼 있어서 임의로 팔 수 없어 시간이 갈수록 대출 이자료만 쌓여갔다.
정 씨와 같이 해당 업체에 취업 사기를 당한 청년들은 15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2년동안 구직자들을 상대로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중고 화물차를 10배 정도로 비싸게 팔아 모두 36억 8천여만 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렇게 이들이 구직자들에게서 뜯어 낸 돈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유흥비로 쓰면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취업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면서 "유령회사도 실제 사무실을 그럴듯하게 꾸며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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