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뉘른부르크에서 딸랑 5km달리고나서 터빈이 터지다. 그런데 이 첫 원정에서 사람도 차도 큰 벽에 부딪쳤습니다. 그 때 저는 물론 경험이 전무했으니까 닛산의 벨기에 사무소에 있는 테스트 드라이버한테 운전을 맡기고 저는 옆에 타서 이 S13 틱한 R32 GT-R을 달리게 했습니다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정말 장난아닌 곳에 와버렸다!!」라고 후회했습니다.스타트해서 하첸바하라는 코너를 지나가 5%정도 앞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에 180km를 가볍게 넘는 속도로 들어가는 겁니다. 이쪽에서 보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모르니까 공포에 벌벌 떠는 것밖에 없거든요. 자동차도 유온 게이지가 올라가서 5km쯤 지나니까 120도 이상.. 바로 멈췄지만 벌써 터빈이 터져버렸습니다. 20분정도 걸렸던가요.. 겨우 한바퀴 돌아서 돌아온 직후 와타나베(R32 GT-R의 개발주임)한테 대들었습니다. 「이거 진짜 무리인데요. 뭔이 따위 코스가 다 있습니까?」라고요. 처음에는 가져갔던 차로 그냥저냥 달릴 수 있을테니까 조금 달리고나서 밥이나 먹고 집에 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뛰어보니까 정말 말이 다르더군요. 물론 여기서 끝날 수는 없으니까벨기에까지 부품을 받으러가서 터빈을 바꿨습니다. 총 10명 모자라게 갔으니까 수리작업은 철야였지요.이 때는 터빈이던 뭐던간에 대충대충 때워서 그야말로 차가 걸레짝 이었습니다만 최종적으로는 9분을 끊고 8분45초정도의 기록이 나왔습니다. 물론 드라이버는 현지사람이고 저는 아직 코스를 기억하는게 최선인 상황이었지요. 어쨌든 뉘른부르크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강렬해서 코치가 벌벌떠는 옆을 포르쉐하고 벤츠가 보란 듯이 지나갑니다. 그들을 잡지 않는한 "901 활동"은 끝나지 않는다고 통감한 첫 원정이었습니다.
제가 뉘른부르크에서 처음 핸들을 잡은 것은 1년뒤입니다. 91년 즈음에 운전자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200바퀴정도 돌아보고 나서야 겨우 코스를 기억해서 만족하게 달릴 수 있을 즈음 R33 GT-R의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제 테스트 드라이버 생활하고 뉘른부르크의 테스트 시기라는 것은 묘하게 맞아 떨어졌지요.R33 GT-R은 뉘른부르크에서 8분을 끊는다는 목표를 가진 차라서 그야말로 마차의 말처럼 달렸습니다. 탔을 때는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재밌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코스다!!」라고 말할 정도로 질렸지만 그러던 와중에 「이제 테스트는 끝내지?」라고 해도 「아직 체크해야 할 곳이 남아있습니다」라고 어지간해서는 차에서 내리지 않을 정도가 되버렸습니다.이건 그란 트리스모에 흠뻑 빠져서 밤을 새는 기분하고 똑같아요.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게임에서는 벽에 부딪쳐도 괜찮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사고를 내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일이 늘어지면 안좋으니까 절대로 사고를 내면 안되죠. 저도 지는거 싫어하고 공명심도 있지만 공략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 최고기록의 10초정도 늦은 기록을 찍거든요. 사고를 내면서 능숙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들의 일은 별개고 덕분에 뉘른부르크에서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그래서..는 아니지만 그란 트리스모에서 뉘른베르크를 달리는 분들은 「벽에 들이받으면 다시하지 뭘..」이라는 기분으로 해주셨으면 하네요. 이 코스의 재미라던가 압박은 이만큼 긴 코스를 집중력을 잃지 않고 도는 것에 있으니까요. 어쨌든 그 뒤 개발에는 180km로 블라인드 코너에 전개로 들어간다던가 230km로 서스펜션이 바닥하고 부딪친다던가 뉘른부르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특이한 경우를 철저하게 분석했습니다. 이런 것은 엔지니어로서도 상식을 뛰어넘은 경험으로 이런 장애물을 하나하나 넘어가면서 GT-R의 주행은 숙성되었습니다.GT-R이 뉘른부르크에서 얻은 큰 수확으로 차체강성강화라는게 있습니다. R32부터 한계를 올리려고 하면 타이어의 강성을 억제하는 강인한 차체가 필요해지지요. 「BMW하고 벤츠의 차체가 강한건 이건가!」라는 이유는 알지만 뉘른부르크를 달려서 그런 경우를 처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또한 눈앞에서 나타난 경험이었지요.R34 개발때는 뉘른부르크를 홈그라운드로 하는 포르쉐하고 BMW한테 「닛산도 열심히 하고 있군」이라고 인정 받게 됐습니다. 이 때는 구형 M5의 개발이 전성기였지만 서킷에서는 양쪽이 가진 퍼포먼스를 경쟁하는 듯한 좋은 관계를 이루게 됐습니다.뉘른부르크에서는 항상 포르쉐하고 BMW가 불꽃을 뿌리고 있고 카레라GT가 피트를 나가면 멕라렌 SLR이 뒤를 쫓아 갑니다. 벤츠의 A시리즈하고 BMW의 1시리즈가 서로 경쟁을 하는 곳입니다. 공존하면서도 뜨겁게 경쟁합니다.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닛산이 인정받게 된 건 GT-R이 뉘른부르크에서 받은 커다란 재산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계속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 R34 GT-R의 최종버전에 "뉘르"라는 이름을 쓰게 해준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처음 R32 GT-R로 달릴 때는 골프조차도 길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찌르고 찔러서 「닛산의 GT-R은 빠르다고!」라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골프나 아스트라도 비켜주지 않더군요. 우선 "닛산"이라는 브랜드를 인지시키는데 5년 걸렸습니다.단순한 서킷만이 아닌, 공존하면서도 뜨겁게 경쟁하는 자동차회사들의 사회, 뉘른부르크에는 이런 문화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 일원으로서 인정받을 만큼의 역사를 쌓은게 저희들로서는 커다란 긍지입니다.
닛산이라는 브랜드대신 현대라는 브랜드를 상상하는것 과연 무리일까요?
마지막 글귀들을 보면 열정이 느껴지네요..공존하면서도 뜨겁게 경쟁하는...언젠
가 현대도 저곳에서 BMW 포르쉐 벤츠 닛산등과같은 업체와 나란히 했으면하는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