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의 초반 기세가 예상보다 더욱 뜨겁다.이런 도요타 열풍을 보며 당장에 대단한 위기인냥 난리를 치는 모습도 있지만 YF쏘나타 역시 차를 인도받기 위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 TG는 풀모델체인지를 앞둔 , 예전처럼 언제 단종이다 발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수요가 거의 사라지는 시점에서 완만하게 다음 모델에게 바톤을 넘겨주는 조용한 퇴장을 기다리고 있다.
디자인의 기아란 경영전략의 다른 말은 바로 '슈라이어 라인'으로 볼 수 있겠고 자동차 디자인이란 워낙 개인적인 호불호가 나뉘는 사안이라 무조건 성공적이라고 단언하기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그러나 최근에 혹시라도 지상 3~4층 높이에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며 차량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본 분들이라면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고 느끼셨을 것이다.
평범한 세단과 SUV , 택시가 점령한 도로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톡톡 튀는 개성을 자랑하는 차들이 바로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을 거친 기아자동차 모델들이다.단연 일등공신은 쏘울이고 디자인상 가장 슈라이어라인의 기본이 잘 녹아든 모델은 포르테라고 생각된다.여기에 여담이지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기아타이거즈의 플레이를 본 후 도로에서 쏘렌토R 의 이른바 '범룩'을 마주치게 되면 좀 더 기아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확실하게 눈에 들어 옴을 느낀다.
포르테에 슈라이어라인의 정의를 담아냈다면 데뷔가 목전인 준대형급 세단 K7은 결정판이라 불러도 좋을듯 싶다.흔히 BMW 디자인을 이끌었던 크리스 뱅글의 퇴진을 아쉬워 하며 국내메이커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어봤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으로만 놓고 봤을 때 전설적인 엘비스의 로드스터 507 이나 재해석한 Z8을 제외하면 BMW의 디자인이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분들은 일종의 '각인효과'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어떨까 한다.
슈라이어의 기아차 영입은 케릭터가 부족했던 과거에서 탈피,가장 중요한 사항인 향후 현대자동차와 동급에서의확실한 '차별성'을 선사했고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처음으로 기아자동차 (한국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는 세대들을 끌어들이는 밑거름을 제공했다는 면에서 브랜드밸류, 열렬한 추종자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달렸던 디자이너는 아니었다는 말이다.(물론 그 역시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거친 든든한 배경이 있지만 자동차 디자인 작업이란 '협력'이고, 조율하는 능력도 성공을 이끄는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
이번 K7의 등장배경을 살펴보면 기아차 라인업 중 럭셔리카 시장에서 홀로 분투했던 오피러스 아랫급, 즉 니어 럭셔리카(near- uxury car) 급에서의 공백을 메꾸면서 한국에서만 신차효과(?)를 보고 있는 캠리까지도 견제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고 보여진다.보다 멀리 보면 도요타의 공세를 품질력이 향상된 K7, TG 후속모델로 내수시장에서 맞불을 놓고 해외에서는 미리 선수를 치겠다는 (기아)현대자동차의 전략으로 풀이되며 YF 쏘나타는 그 신호탄이었다는 얘기다.
K7을 보면 현대자동차의 화려한 ( 쉽게 질리고 산만함과는 분명 구분되는 절충이다) 방식과 달리 소비자에게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안정속에 단단함으로 흡사 모하비를 보며 느꼈던 '신뢰'란 표현 역시 떠오른다.전면은 패미리룩을 상징하는 범룩을 와이드한 차체에 맞게 길게 늘여 중심을 잡아주고 아우디를 연상시키는 헤드램프와 등변사다리꼴 형태로 그릴로 내려오는 본넷의 라인은 슈라이어가 어디서 왔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아우디의 V라인 전개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현실적으로 기아차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메이커는 극소수의 고객만 염두하고 무조건 개성만을 쫓는 수퍼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동참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며 미국,유럽,아시아 메이커간의 경계도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상기 할 필요가 있다.
측면으로 오면 슈라이어라인의 가장 기본개념인 '직선의 단순화'를 상징하는 케릭터라인이 2열 도어캐치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며 앞팬더 하단으로 벨트라인을 따라 거의 수평으로 진행되다 떨어지는데 이런 점이 안정감을 주며 K7에 관심을 보일 연령을 고려한 소비자들에겐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로 루푸라인을 보면 차별화를 위해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짐작이 된다.
후면에선 단단함을 주는 전면과 흐름을 같이 하는 리어램프와 수평으로 잡힌 트렁크라인이 가급적 차의 뒤를 떠보이지 않게 함과 동시에 슈라이어라인의 정의에 부합되도록 돕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기아자동차 K7을 통해 한층 진보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곧 도로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크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국내외에 확실하게 '기아만의 이미지' 를 심어 줄 필요가 있겠다.
출처:VG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