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을 앞두고 수도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가운데 춘천지역 상인들간에는
업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오는 21일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춘천역부터 서울 상봉역까지 급행 전동차로 짧게는 1시간만에 주파
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춘천이 사실상 수도권화되면서 의류업계는 수도권에 상권이 대거 유출될 우려가 높다며 울상인
반면, 관광지 주변 음식업소의 경우 매출 신장 기대에 들떠 있다.
상인들은 지역 소비패턴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대적인 가격 할인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고속도로에 이어 전철까지..음식.숙박업계 `대박' = 춘천시에 따르면 지역의 향토음식인 닭갈비와 막국
수업소의 경우 지난해 7월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늘면서 관광지 주변 음식업소는
매출이 최대 절반 이상 늘었다.
게다가 평균 15분마다 서울을 오가는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이 다가오자 음식업소마다 매출 신장 기대에
한껏 부푼 분위기다.
실제 춘천시가 고속도로 개통 이후인 지난해 4분기 경제지표를 조사한 결과 실물경기의 흐름을 가늠하는
음식업소 매출이 지역 상경기 회복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숙박업종도 고속도로 개통 이후 매출이 7.3% 증가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무려 21.7%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춘천시는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관광지 6곳에 대한 관광객 수는 고속도로 개통 전과 비교해 1.4배 가량 늘어 주말에는 음식
점들이 손님들로 가득하고 소양강댐 입구와 남이섬 등 유명 관광지마다 온종일 차량의 지.정체 현상이 빚어
지기도 했다.
닭갈비업소를 운영하는 최모(54.여)씨는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 65세 이상의 노인은 요금이 무료여서
노년층의 방문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철 개통으로 닭갈비.막국수 업소는 또 한 번의 호황이 예상
된다"라고 말했다.
춘천닭갈비협회와 춘천막국수협의회는 춘천지역 6개 역에서 내린 관광객이 해당역에서 제공한 인증표를
제시하면 현금은 10%, 카드는 5%를 각각 할인해 주기로 하는 등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MT명소인 강촌 일대와 중도 등 관광지 주변 숙박업소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춘천 동산면 조양리(무릉도원), 서면 신매리(위도), 동산면 군자리(신앤박), 신동면 혈동리(한원) 등
4곳에 모두 3천400여실의 대규모 숙박시설이 조성 중이다.
춘천의 리조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대규모 숙박시설이 부족했던 춘천지역에 고속도로 개통 이후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며 "이번 전철 개통으로 또 한 번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젊은층 `1시간 거리 서울로'..의류업계.대학가 침체 우려 = 음식과 숙박업소의 매출 신장 기대와 달리,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에 따라 유행에 민감한 의류업계 등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춘천지역의 경우 지난해 7월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후인 4분기 실물경제지표를 조사한 결과 소비 행태에
민감한 의류업종은 변동 폭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돼 우려했던 수도권으로의 '역류현상'은 미미했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면에서 고속도로보다 경쟁력이 있는 전철이 개통하면 의류업계는 유명 브랜드가 많은
아웃렛 형태의 수도권 대형 할인의류점으로 상권 유출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동수단에 한계가 있는 학생중심의 젊은층의 경우 유행 등 소비패턴에 민감해 옷뿐 아니라 신발과 액세서리
등을 사기 위해 상대적으로 상품이 다양하고 값이 싼 서울로 향할 우려가 크다는 것.
그러나 지역 의류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거나 카드회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서는 등 상권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윤헌영 춘천지하상가 번영회장은 "교통망 개선에 따라 앞으로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지자체와 함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류업계 못지않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곳은 대학가 주변의 하숙.자취집들.
매년 신입생의 절반 가량을 수도권 출신이 차지하는 강원대.한림대를 비롯한 춘천교대, 성심대 등의 수도권
학생들이 자취.하숙 위주에서 통학 위주로 바꿀 가능성이 높기 때문.
춘천시가 지난해 10월 수도권 출신 대학생 520명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개통 이후 주거형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앞으로 통학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28.5%)와 `추후 결정하겠다'(30.4%)가 다수를 차지해 경춘선
복선전철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따라 대학가 주변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상인들은 방에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하고 시설을 개선하는 등
학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공연.예술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한 '서울행'도 예상되고 있다.
춘천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이 모(28)양은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쇼핑이나 연극공연 등을 위해 서울나
들이를 하곤 했는데 전철이 개통되면 아무래도 더 편하게 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전교생 1만5천여명 가운데 1천여명 가량이 현재 서울 등에서 통학하고 있지만 전철이 개통되면
통학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원대 장희순 교수(부동산학과)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개선에 따라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예상된다"며 "인구의 증가와 유출 등에 대비해 춘천시가 경기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
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학 기자 hak@yna.co.kr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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