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지난 2년간 중국 토종 브랜드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4분의 1이나 급감했다. 고질적인 품질 문제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3년 안에 중국의 토종 브랜드 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를 인용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0년 1월 49.2%에서 올 7월 37%로 급락한 반면, 외국계 및 합작법인 점유율이 63%로 치솟았다.
중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중국 기업과 반드시 50대 50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합작법인' 규정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최근 시장점유율 변화가 시사하듯이 강력한 중국 토종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국 브랜드가 점차 소도시까지 침투하면서 중국 토종 브랜드의 기반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향후 3년 안에 중국의 자동차 기업 171곳 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진단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리판 인더스트리그룹의 랴오 슝후이 부사장은 "우리는 그동안 기술을 통해 시장 진입을 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지난 30년 간 핵심 기술을 거의 획득하지 못했다"며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두 살짜리 아이가 서른 살 어른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콩 다이와캐피털마켓의 제프 청은 중국 정부의 '합작법인' 정책이 실패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토종 상표를 키우기보다 해외 기업에 의존해 수익을 내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은 파트너사에 핵심 기술을 이전하려 하지 않고, 중국의 관영 기업들 역시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품질'을 꼽는다. 중국 자체 브랜드로 생산한 자동차에서 발견되는 결함은 외국 브랜드보다 75%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J.D.파워 커머셜컨설팅의 글로벌판매부문 책임자 찰스 밀즈는 "자동차 한 대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없다. 적어도 2~3대의 모델을 경험해보고 5~7년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자동차의 겉모습보다 승차 경험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전략은 반대로 가고 있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외국의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등 겉 모양만 중시할 뿐 품질 개선 노력은 미흡하다.
베이징기차 모기업은 페라리 데이토나를 디자인한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를 지난 4월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영입했다. 중국 최대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제조업체인 만리장성모터스(Great Wall Motors)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이너 출신의 안드레아 듀펠을 지난해 영입한 바 있다.
해외 진출에도 의욕적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해외 수출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0% 증가했다.
그러나 이 역시 품질 문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최근 만리장성모터스와 체리자동차(Chery Autombile)는 호주에서 생산한 자동차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2만3000대 가량을 리콜 조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기업의 실적도 저조하다. 상하이자동차(SAIC Motor Corp.)와 둥펑기차공사(Dongfeng Motor Corp.), 중국제일기차(China FAW Group Corp.) 등은 지난해 자체 브랜드 승용차 판매를 통해 올린 수익이 전체 수익의 10%에 못 미쳤다.
상하이자동차는 폭스바겐의 '산타나'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1991년 출시한 자체 브랜드 '상하이'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닛산·혼다·푸조·기아 등과 함께 일하는 둥펑기차공사는 해외 브랜드를 통한 판매가 전체 판매량의 66%를 차지한다.
최은혜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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