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사고 수습'이란 걸 처음 해보았습니다.
5.24.금요일. 세종에서 대구방향이었고요. 영동 IC빠지기 직전 이었습니다.(고속도로 표지판 233.0 지점)
1톤포터 탑차가 옆으로 넘어져있고 사고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더라고요.(사고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뭐에 홀린듯 사고현장으로 뛰어갔습니다.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두분(대형트레일러 차주님, 스타렉스 차주님)이 합세 하셨습니다. 트레일러 차주님과 스타렉스 차주님이 사고당하신 분을 수직으로 끝어올려 차에서 나오도록 돕고 케어 하는 동안 저는 2차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에 흩어진 파편을 정리하고 사고지점 100여미터 전방에서 수신호를 했습니다.
사고차량에는 운전자 한분만 타고 계셨고 제가 드리는 물도 누워서 드실만큼 의식도 또렷했습니다. 비록 통증으로 계속 누워계셔야했지만...
10여분 뒤 도로공사안전차량,경찰,엠뷸런스,렉카차 순으로 도착한것 같습니다.
순간 한팀처럼 역할분담을 했던 저희 셋(트레일러 차주님,스타렉스 차주님, 그리고 저)은 악수를 나누고 각자의 차량에 올랐습니다. 가벼운 찰과성도 그때서야 따끔거리더군요.
고작 30분여의 시간이었는데 참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쓸모있는 일을 했으니 벅차오르는 기분도 들고 말이죠.
사실 제가 1년전부터 이명과 난청, 스트레스로 이비인후과와 정신과를 번갈아 다니고 있습니다. 세상 재미없고 지루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거죠. 근데 오늘 사고수습을 돕고 돌아서며 표현하기 힘든, 어떤 에너지가 울컥 솟는게 느껴지는 겁니다. 마치 군대에서 대민지원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인사 들었을 때 처럼요.
이래서 봉사라는 것을 하나 싶었어요.
저 오늘 쓸모있는 인간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얻은 에너지로 이명, 난청도 잘 치료받아보겠습니다. 사고 운전자분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모두들 안전운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냐고 물어봐주시는 말에
정신 차린 기억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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