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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날 묵혀두었던 글이다.
곽노현 교육감님 일에 관한 내 고백이다.
그분께 드리는 공개 편지이기도 하다. - - - 얼마 전, 곽노현 전 교육감이 국정원에서 관리하고 있었던 개인 정보 파일 반환을 청구하는 ‘내놔라 내 파일’ 관련 대법원 소송에서 승소하였다.
그분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몸과 존재를 구속했던 오랏줄 하나를 걷어낸 느낌이랄까.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시민들의 자유를 위한 결실이기에 그 또한 소중하다. 지난 주 한겨레신문에 전면 인터뷰 기사가 실린 것도 읽어 보았다.
내게도 무척 반가운 소식인지라 전화나 페북 댓글로라도 축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속을 들여다보니, 축하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자의식이 있었다.
나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하며, 그분께 죄송함과 때늦은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내가 죄송했던 것은, 9년 전 한 사건 때문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MB 정부 시절, 그는 박명기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서울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는데, 아마 공소시효 만료 1일 전, 검찰이 그를 "2억원으로 박 후보를 매수했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후 재판을 받아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시절, 우리는 그때 두 후보 간의 금전 거래 의혹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등 ‘서울교육감 공약평가운동’ 측에서는 2010년 6월, 그분이 교육감 후보였던 시절 그의 공약을 평가하며 후보들 중 최고점을 준 적이 있었다.
우리가 1등을 준 후보에게서 그런 일이 터졌으니, 그 충격은 컸다.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기다리자며 침묵하려 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만일 보수 후보에게 이런 유사한 사건의 혐의가 있을 때, 가만 있었겠느냐, 그러니 진보 후보라도 공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우리도 책임이 있다, 만일 우리 입장을 낼 수 없다면 앞으로 교육감 공약 평가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 그런 내부의 이야기를 거치며, 어렵사리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 골자는 이랬다.
“그가 박명기 후보에게 선거 후 2억원을 지급한 것의 옳고 그름 문제는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박 후보와는 경쟁 관계로 있다가 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사퇴했던 특수한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아무리 선의라 할지라도 적절치 않다.”
고 논평하며
“곽노현 교육감이 법원의 판결까지 기다리지 말고 시민들의 상식적인 판단을 따라 교육감 직을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재판 과정을 밟는 것이 옳다”
는 입장을 내었다.
그 성명서를 낸 후 우리는 그를 아끼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탈퇴하는 후원자도 있었다.
비판 성명이야 취할 수 있다라고 치더라도, 사퇴 주장까지 하니 성급했다는 지적이었다.
괴로웠다.
그후 곽 교육감은 우리 성명서가 촉구한 바와 관계없이 교육감 직을 유지하며 끝까지 소송에 임했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징역 1년이라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가의 35억 선거 지원 비용도 갚을 길이 없어 개인 파산 상태로 전락했고 피선거권은 박탈되었다.
최근 사면은 되었으나 파산 상태는 유지되고 있다.
사실 유죄 판결을 내렸던 재판 결과는 황당했다.
법원은 박명기 후보에게 준 2억은 단일화를 위해 후보를 사전에 매수한 것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그건 검찰도 알았기에, 망설였던 것 같다.
그게 핵심인데
법원은 정작 그 부분에서는 무죄라 하고, 대신 검찰이 혹시나 해서 엮어놨던
‘사후 매수죄’
라는 듣고 보도 못한, 사문화된 법률 조항에 엮어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1년 감옥행이었다.
검찰이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에 그를 이 죄명으로 기소했다니, 표적 수사의 측면이 농후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받은 국정원의 곽 교육감 파일을 보며, 그때 그 사건이 MB 정부가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그를 쓰러트리고자 했던 정치 공작의 일환이었음이 이로서 더욱 분명해졌다.
당시 헌재나 법원 등의 정치적 성향 등을 보면, 진보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사후매수죄’라는 사문화된 법조항으로 그를 죄 있다 판결한 것은 부당한 일이었다.
9년이 지나온 시절,
이번 국정원 관련 대법원 판결을 접하면서, 우리 단체가 이번 곽 교육감의 상황과 관련해 지난 일을 돌아보며 어떻게 할 것인가는 논의한 바가 없다. 이젠 나도 더 이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대표도 아니니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각자의 입장이 있었고 그땐 그 결정 외에 다른 길이 없었다.
다만, 그래도 내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어떤 죄송함, 감사 그리고 오늘의 대법원 결정에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글을 쓴다.
내가 곽노현 교육감님 존재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때 그 이후다.
우리가 그런 성명서를 발표했고 언론에도 비중 있게 다루었으니, 그도 틀림없이 교육감 시절에 비서실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더라면,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적으로 서운했을 것이다.
당사자인 그는 검찰의 기소를 선거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공작의 차원으로 직감했을 것이다.
느낌은 옳을 때가 많다.
그러니 우리의 행동이 그 흐름에 힘을 실어주었다 생각하며, 나라면 괘씸해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수감되는 날(2011년 9월 10일) 하루 이틀 전, 비서실을 통해 연락이 왔다.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와 윤지희 대표는 광화문 어느 식당에서 그를 만나 식사를 했다.
감옥행이 확정된 그는 얼굴이 평온하고 담담했다.
그는 식사를 하며 우리에게, “교육감 기간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추진하던 선행교육 문제 해결하는 일을 충분히 돕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선행교육 문제 해결에 그만큼 혼신의 힘으로 나선 교육감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미안해 했다.
미안한 마음은 내 몫인데, 역할이 바뀌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부당한 기소, 부당한 판결에 대한 이야기, 우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우리에 대한 배려였을까?
투옥을 앞둔 사람의 태도답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를 만나고자 한 이유 전부였다.
그렇게 우리는 만남을 마치고 헤어졌다.
1년 후 그는 출옥했다.
출옥 후 그의 행보는 인상적이었다.
교육감으로서 못 다한 일을 마무리라도 하려는 듯 이곳저곳 민주시민 교육 강연을 다니고 징검다리 교육 공동체를 세우고 분주히 활동했다.
나도 변함없이 그분과 만남을 이어갔다.
2018년 ‘교육의봄 10년 플랜’ 사업 때나 수학 대안교과서 출판 기념회 때나 그는 한걸음을 달려와서 그 일이 훌륭한 일임을 격려했다.
프레스센타에서 열린 교육의봄 10년 플랜 행사 때에 그는 공동대표로 행사에 참석해서, 내 발표를 듣고 나서 좋았다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격려를 했다.
올해 2월 12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았을 때, 그는 윤지희 샘과 나를 불러서 식사를 대접하며 수고했다고 위로를 했다.
우리 스스로 누군가로부터 그런 위로를 구한 적이 없고 또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그분의 초대는 이례적이었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초대였다. 개인 파산 상태라 사모님을 불러내 음식 값을 해결했다.
우리가 그에게 가해자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가 고초를 당하던 시절에 친구 자리에 서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년 단 한 번도 내게 그 일로 서운했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거리를 두지도 않았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부르면, 그는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힘을 보태주고 그분 특유의 화려한 웅변으로 칭찬하고 격려했다. 인품이 훌륭했다.
이제는 10년 지나온 시절의 아픔을 기억할 필요도 없는 관계다 싶었다.
그래도 언제 한번은, 반드시 개인 차원에서 이렇게 내 진심을 끌어내놓고 말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의 악의적 개인 사찰 사건 관련 승소 판결 소식을 들으며, 그때가 지금인 듯했다.
이런 말이 그분께 뜻밖의 상심을 줄지, 우정에 금이 갈지, 오히려 상황에 합당하지 않은 고백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더이상 마음에만 두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의 이번 대법원 승소 결과를 이렇게 축하하고 싶다.
“곽노현 교육감님,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큰 배려와 사랑을 입었습니다. 교육감 재직 시절, 당신은 우리에게 최고의 교육감이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입니다. 묶인 것이 다 풀어지고 당신이 공익을 위해 더욱 큰 걸음으로 달릴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그때 사정 보면 특히나 선거 후 금전적 어려움을 격고있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거였는데.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건 맞는데 적당히 높여야지. 털어서 티끌만한 먼지도 없는 사람은 오히려 무능할것임. 세상도 어느정도 알고 더러운 것도 알지만 본인이 깨끗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갖은 사람이 행정가로선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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